지난 30일 사회간접자본(SOC) · 지역경제 분야 2010년도 업무보고에서 한 참석자가 "대학원생도 녹색성장에 대해 잘 모르더라.구체적인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계속 이야기 해도 효과가 안 나는 것은 안 되는 방식으로 하기 때문"이라며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전기 플러그를 뽑고 외출하라고 하는데 책상 밑 아주 깊숙한 곳에(있는) 플러그를 뽑고 나가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전원 전체가 차단될 수 있도록 하는 설비를 해 놓고 나서 에너지를 절약하라고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당위성만 얘기하지 말고 실천 가능한 정책을 만들어 따라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참모들에게 "바닷가에 흔해 빠진 맨들맨들한 차돌처럼 행동해선 안 된다"며 창조적인 사고와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최근에만 해도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다. 31일 외교 통일 업무보고에서 "과거의 발상으로는 새 국제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절약 대책과 관련,"구호로만 안 된다. 청와대부터 내복과 조끼를 입고 실내 온도를 19도에 맞춰라.작은 것에서부터 발상의 전환을 해야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다그쳤다.

최근 수석비서관 회의에선 "관행적 틀에만 얽매여선 안 된다. 끊임없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청와대 직원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청와대 개편 후 첫 수석회의에서도 "관습에 의존하지 않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도 말했다.

쌀 값 하락 대책으로 추곡수매가 조정을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참모들의 보고에 이 대통령은 "과거에 늘 그렇게 했는데 한계가 있었지 않나"라고 질책했다.

이 대통령은 "과감히 발상을 바꿔 보면 농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쌀 국수,쌀 막걸리,설렁탕 쌀국수,쌀로 만든 건빵 등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철도 파업이 일어났을 때 발상의 전환을 통한 근본적 대책을 촉구하면서 퇴직 기관사 활용 및 업무 직원의 운전 훈련 등을 지시했다.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관료 사회의 매너리즘,무사안일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다"며 "새해 집권 3년차를 맞이했는 데도 관행과 관습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바뀌지 않은 만큼 발상의 전환을 강하게 몰아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새해 국정운영 키워드로 국격 향상,일자리 창출,미래준비로 잡았다. 원전 수주,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유치 등에 힘입어 4대강 사업,세종시 수정,녹색성장,경제회복,친서민 중도실용 정책 등을 힘있게 밀어붙일 계획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