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보안 속 14분여만에 `상황 종료'
윤장관 새벽부터 국회 대기..여야 대치로 서면 동의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을 31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격 통과시킨 것은 극비 보안을 통한 작전의 결과였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전날 밤 11시30분께 당 소속 예결위원 29명에게 긴급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내용은 `내일 오전 6시30분 원내대표실 집결'이었다.

앞서 예결위원들은 본회의 직후 예결위원장실 집결, 30일 자정 예결위원장실 집결 등의 지침을 받았었지만 결국 오후 자정을 30분 앞두고 다음날 극비 작전의 `D-아워'가 최종 정해졌다.

전날 밤 국회 운영위원장실 야전침대에서 밤을 보낸 안상수 원내대표와 심재철 예결위원장등 예결위원 29명 전원은 오전 6시30분 국회 원내대표실에 모였고, 안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작전 지침'을 통보했다.

바로 예결위 회의장을 의총이 예정된 국회 245호 회의실로 변경하고, 이 자리에서 기습적으로 한나라당의 수정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하겠다는 것.
정부와 긴밀한 `공조'도 이뤄졌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벽 일찌감치 국회에 나왔다.

윤 장관은 여야 의원들의 대치 때문에 245호 회의실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서면 동의를 통해 증액에 대한 정부 동의 절차를 밟아 `법적 효력' 논란을 사전에 막았다.

이 `극비 작전'은 정몽준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김성조 정책위의장과 심재철 예결위원장, 김광림 예결위 한나라당 간사 등 5명 만이 알고 있었다고 한 핵심관계자는 전했다.

회의장 변경을 위해 7시 5분께 김광림 의원과 차명진 의원 등 한나라당 예결위원 10여명이 민주당 의원들이 점거하던 국회 예결위 회의장을 찾았다.

김 의원은 구두로 "현 상황으로는 회의가 불가능한 만큼 245호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겠다"고 공지했다.

차 의원은 예결위 의장석 탈환을 시도하려는 듯한 움직임으로 민주당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양동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 시각 245호 회의실에서는 지도부와 중진들이 방청석에 자리한 대신, 1층 테이블에는 한나라당 예결위원들이 포진해 회의장 변경에 대비했다.

농성 중 회의장 변경 통지를 접한 우윤근, 우제창 등 민주당 7-8명이 회의장에 들어왔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왜 남의 의총장에 들어오느냐"고 항의해 할 수 없이 회의장을 나가야 했다.

오전 7시10분께 안상수 원내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의원총회 개회를 선언한 직후 5분여가 흐르고 김광림 의원이 회의장에 입장하자, 곧바로 예결위원장인 심재철 의원이 회의 진행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심 위원장은 마이크를 잡고 "이제 이곳에서 예결위 회의를 하려고 하니, 예결위원이 아닌 분들은 의총장에서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심 위원장은 질서유지권도 함께 발동했다.

이 직후 회의장 내부에서는 예산안 한나라당 수정안에 대한 의결이 `전광석화'같이 이뤄졌다.

예결위 수석전문위원의 보고도 서면으로 대체한 뒤 심재철 위원장이 "이의 있습니까"라고 묻고, 이의가 없자 방망이를 두드려 상황은 종료됐다.

수정안이 의결된 직후 한나라당 의원들은 7시24분께 유유히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이강래 원내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이 뒤늦게 회의장으로 진입했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된 뒤였다.

한 예결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애초 우리는 단독 처리에 드는 시간으로 7분 정도로 시나리오를 짰지만, 5분도 안 돼 끝나버렸다.

민주당이 우리 의도를 잘 몰랐던 것 같다"며 `득의양양'했다.

`철통 보안' 속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예결위 단독 처리의 1막(幕)은 이렇게 마감됐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