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의장(사진)에게 올해는 당내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해였다. 그는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전남 목포에 무소속으로 출마,당선돼 지난해 8월 복당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박 의장은 당내 비주류이면서도 DJ 최측근으로 동교동계와 당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DJ 서거 때는 이희호 여사의 곁을 떠나지 않았고 민주당 의원들을 손수 맞으며 상주를 자임했다. 사실상 DJ 국장을 주도했다.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 때는 선거일을 불과 5일 앞두고 출마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구 민주계와 친손학규계의 지원을 받아 20표(전체 77표)나 받는 저력을 보였다. 당시 한 재선의원은 "박 의원이 3일만 빨리 출마했어도 1차 투표를 통과해 이강래 원내대표를 이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당내 대표적인 합리파로 손꼽히는 박 의장은 지도부가 장외투쟁을 나설 때마다 '주국야광'(晝國夜廣 · 낮에는 국회,밤에는 광장에서 투쟁해야 한다)이라며 국회 복귀를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정책위의장을 맡은 그는 매일 정책브리핑을 만들어 민주당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물론 민주당이 주창하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으로서 추진해야 할 정책 대안들을 꼼꼼하게 정리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정책 전문위원들은 밤을 새우며 자료를 만드는 등 고생을 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정기국회 국정감사 때도 박 의장의 행보는 돋보였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 '민주당의 저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부터 꼼꼼하게 메모했던 습관 덕분이었다. 법사위의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박 의장은 의원들의 질의응답을 경청하다가 빈틈을 아주 예리하게 찾아내서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하는 재주가 뛰어난 분"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정치부 기자들이 뽑은 신사 국회의원상인 백봉신사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