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연구모임인 제주특별자치도행정구조연구회(회장 김병립)는 29일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제주지역의 계층구조 진단 및 발전방향 모색'을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고충석 전 제주대 총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4개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고, 2개 행정시 체제로 전환한 제주특별자치도가 2006년 7월 1일 출범한 뒤 3년이 지났지만, 도민들이 가시적으로 느끼는 성과는 없고, 오히려 잘못된 정책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도민들은 국제자유도시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제주만의 행정체재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해 주민투표를 통해 행정체재를 개편했지만 기대했던 행정의 효율성도, 지역 간 균형발전도, 국제자유도시의 가속적인 추진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주의 여건과 특성에 부합한 제주만의 지방자치 모형이 무엇인가 또다시 고민해야 하고, 현재의 계층구조체제가 진정한 제주의 모습이 아니고, 경쟁력 확보에 걸림돌이 된다면 중앙정부가 아니라 도민들이 사회적 합의과정을 통해 이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덕순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도민 700명과 전문가 147명을 대상으로 지난 1∼16일 면접설문조사를 한 결과 시.군 폐지에 대한 만족도가 도민 23.1%, 전문가 15.9%에 지나지 않고, 불만족도는 도민 29.8%, 전문가 41.2%로 불만족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현 계층구조가 제 기능을 잘 발휘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도민의 34.5%, 전문가의 35.4%가 부정적인 답변을 해 긍정적인 응답(도민 18.8%, 전문가 14.3%)보다 2배나 많아 행정체제 개편 결과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계층구조를 다시 개편할 필요가 있는지는 도민의 38.7%가, 전문가의 45.6%가 긍정적으로 답해 부정적인 응답(도민 24%, 전문가 13.6%)보다 훨씬 많아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양 교수는 "도민들이 현재의 행정체제에 대해 지지를 보내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며 "특별자치의 이념을 살려 도민 스스로 제주의 여건과 특성에 맞는 행정체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의회의 의뢰로 '제주특별자치도 발전방안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와 제주지방학회는 이날 용역 중간보고를 통해 2개 행정시를 그대로 두고, 읍.면.동을 준자치단체로 개편하는 것을 제주특별자치도의 계층구조 개편 최적 안으로 제시했다.

연구진은 행정시 존치+읍면동 준자치단체, 행정시 폐지+읍면동 준자치단체, 읍면동 존치+행정시 준자치단체, 읍면동 폐지+행정시 준자치단체 등 4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이 가운데 도민과 전문가 그룹에서 찬성도가 가장 높고 기존 행정체제의 틀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행정시 존치+읍면동 준자치단체 안을 최적의 대안으로 꼽았다.

제주도의회는 행정구조 개편 3년차를 맞아 기존 체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역실정에 맞는 제주형 행정계층구조 모형을 만들어보려는 취지에서 지난 7월 말 연구용역을 맡겼으며, 내년 1월 최종보고서를 제출받을 예정이다.

김병립 제주도의회 부의장은 "용역 결과가 나오면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에 배포해 선거공약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행정구조 개편 문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중요한 이슈로 떠올라 선거과정에서 걸러지길 희망한다" 말했다.

(제주연합뉴스) 홍정표 기자 jp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