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내부 이견에 막판까지 고심..여론향배 주목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연말 특별사면을 단행키로 한 것은 무엇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국민적 성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전 회장을 포함한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면.복권이 될 것이란 예상을 엎고 `단독 특사'를 결정한 것도 이 같은 명분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이른바 `친(親)서민'을 강조하고 있는 이 대통령이 이미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났으나 재벌총수의 대표격으로 불리는 이 전 회장에 대해 이례적으로 단독 사면을 단행한 것이 향후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세번째 도전에 나서는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 전 회장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의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 전반, 강원도민, 그리고 경제계의 강력한 청원이 있어 왔다"면서 "국가적 관점에서 사면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에 대한 사면에는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뚜렷한 명분이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IOC가 내년 6월말 공식 후보도시를 선정키로 하는 등 유치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스포츠계에서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 전 회장의 역할을 감안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전 회장을 사면하지 않고 만약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할 경우 `정부가 유치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이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무라인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의 사면에 대해서는 최근 찬성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법.질서와 상충되는 사면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사면권자로서 재계나 스포츠계 등 각계에서 빗발치는 요청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 전 회장의 사면에 대해 처음부터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계올림픽유치 지원이라는 명분이 충분하다는 찬성론과 정치권 안팎의 논란 가능성과 여론의 부담이 크다는 반대론이 맞섰으며, 이 대통령도 오랜 고심 끝에 최근에서야 결론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는 세종시 문제와도 맞물려 삼성그룹과의 연계성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일부 제기됐으나 결국 `정면 돌파'로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최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유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등 잇단 호재에 따른 이 대통령의 자신감이 반영된 결정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어서 특히 이 전 회장에 대한 사면은 부담이 작지 않다"면서 "그러나 동계올림픽 3수에 도전하는 평창을 온국민과 함께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어려운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현 정부 임기 중에 발생한 부정과 비리에 대해서는 공직자와 기업인을 불문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고, 이는 지금도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