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두지휘해 수주가 이뤄진 것입니다. "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28일 아부다비에서 돌아온 직후 프랑스와 치열한 수주전에서 승리한 원동력을 이같이 밝혔다.

김 사장은 지난 3월 현대건설 사장으로 취임할 때부터 원전 수주를 강조해 왔다. 지난주 실시한 인사에서도 원전 관련 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으며 이번 원전 수주를 계기로 원자력사업본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김 사장은 "현대건설이 공사한 한국의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1978년 가동됐는데 이 대통령이 당시 현대건설 사장을 맡고 있었다"며 "현재 한국에서 가동 중인 원전 26기 가운데 12기가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때 수주하거나 공사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원전과 인연이 깊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때 원전 수주 협상 경험이 많았던 점이 이번 수주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특히 UAE 왕세자가 대통령 입출국 때 직접 영접하는 등 의전이 평상시와 달리 파격적이어서 양국 간 신뢰가 깊었던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를 바탕으로 정치 · 경제 · 군사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좋은 조건을 내건 것이 수주에 결정타를 날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UAE가 최종 계약서에 서명할 때까지 조마조마했다는 김 사장은 "오는 2017년 5월에 1호기 가동을 목표로 차질없이 공사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현재 인력으로 원전 10기를 동시에 공사할 수 있어 곧 입찰 예정인 신울진 원전 공사를 수주하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UAE 원전은 현재 현대건설이 공사 중인 신고리 3 · 4호기와 똑같은 기종이어서 공기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 사장은 "한국 원전 사상 38년 만에 이룬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한국 기자재가 최고 기술이 필요한 원전에 쓰이게 돼 한국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