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맞물려 판결시점 관심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 대한 장외 공방이 가열되는 가운데 법원이 정치적 논란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집중심리를 택할지 관심을 모은다.

한 전 총리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명돼 왔고, 재판 결과가 출마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사법부의 판단이 필요하다는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집중심리는 특정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연속으로 재판을 열고 심리하는 방식인데 사실 형사소송법에는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한 공판이 매일 열려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대법원 재판예규도 처리가 지연돼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만한 사건은 `적시처리 필요 중요사건'으로 분류하고 있어 전직 총리가 연루된 이번 사건이야말로 집중심리의 필요충분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변호인단은 이미 신속한 재판을 요구하겠다고 밝혔고, 검찰 또한 야권의 불필요한 공세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집중심리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주변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집중심리가 열릴지 예단할 수 없는 상태다.

시간과 인력문제 등 법원이 처한 현실적 제약 때문이다.

통상 형사 합의 재판은 2∼3주에 1차례 공판하는 경우가 많고 중요하거나 시급한 사건에 한해 주 1∼2회 정도의 `선별적' 집중 심리가 이뤄진다.

담당 재판부가 이 사건만을 다루는게 아니고, 여러 재판이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는 점을 감안할 때 결국 재판부의 일정과 공판 전개 양상에 따라 집중심리의 성사 여부가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판사는 "우선 재판부가 특정 사건에 집중할 여력이 있어야 하고 계획대로 공판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인이 제때 출석하고 검찰과 변호인이 사전에 논의한 수준에서 사실 관계를 다투면 집중 심리가 가능하지만, 도중에 새 쟁점이 떠오르거나 예상 밖의 증인이 채택되면 재판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뇌물 사건의 특성상 당사자 진술이 유무죄 판단의 중요한 근거라서 신문 시간이 예정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총리 공관에서의 `4자 회동' 당사자 외에 주변 인물이 새로이 증인으로 채택되거나 양측이 감추고 있던 `비장의 카드'를 꺼내면서 증거 조사가 추가되는 등 새로운 변수가 돌출될 경우 중간에 재판 골격이 크게 바뀔 개연성이 있다.

여기에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의 신빙성을 두고 공관 식당 등에 대한 현장 검증이 추가되면 일정이 더욱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볼때 집중심리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지만, 최소한 지자체 선거일인 6월2일 이전에는 선고가 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법원이 신속한 심리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대한통운 비자금 횡령 혐의로 지난달 25일 먼저 구속기소된 곽 전 사장의 구속 만기일도 내년 5월24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투표일 이전에 판결이 난다 하더라도 내년 5월 초로 예상되는 민주당의 후보 경선 이전에 선고기일이 잡힐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27일 "외부의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집중 심리가 원칙이고 중요 사건이기 때문에 재판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양측이 사실 관계를 다투는 정도 등에 따라 선고 시점은 유동적일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