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조세소위에서 내년 세제에 반영되지 못하고 폐기된 법안은 220개 중 70여개에 이른다. 의원들이 제출한 세법 200여개 중 3분의 1이 버려진 셈이다.

재정위 관계자는 "내용을 수정하거나 일부만 반영한 '대안 폐기'까지 계산하면 의원 발의안이 그대로 통과된 경우는 극소수"라고 밝혔다.

우선 각종 세금 감면제도에 대한 조세특례제한법 30개가 대거 걸러졌다. 농업용 트럭에 대한 유류세 면제(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영구임대주택에서 사용하는 주거난방용 석유 · 천연가스의 소비세 감면(김세연 의원) 등 대부분 서민층의 세금을 깎아주는 내용이었다. 지방거주 연구개발종사자에 세금을 지원(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하는 등 지방경제 촉진을 위한 일부 세법도 소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재정위의 한 전문위원은 "경제위기로 서민과 지방을 배려한 세법들이 많았지만 세수 부족을 초래할 수 있고 상당수는 특혜로 이어진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33개 소득세법안 중에서도 22개가 폐기됐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병역의무를 마친 취업자에게 병역기간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소득공제를 해줄 것을 주장했지만 논란 끝에 반영되지 못했다. 문화비 세액공제(서갑원 의원),도서구입비 소득공제안(최구식 의원)은 적용 대상과 지출증빙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취지가 좋아도 현실성 문제로 폐기된 법안이 많았다. 18세 이하 부양자녀에게 세액공제하거나(김영선 한나라당 의원) 고령자에게 종부세 납부를 유예해주는(이용섭 민주당 의원) 등 '저출산 고령화' 법안이 대표적이다. 제주항공노선 운임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하는 등 '지역 민원성' 법안들도 무더기로 걸렸다.

제출된 세법은 넘쳐나지만 성공률이 희박한 이유는 여러가지다. 재정건전성은 아랑곳하지 않은 '선심성 세금 깎기'나 발의 건수를 올리려는 의원들의 '실적주의'가 문제로 지적된다. 조세소위원인 유일호 한나라당 의원은 "폐기 법안을 거르는 데만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한 세법들이 신중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