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가 22일 220여개 세법 심사를 완료했다. 민주당의 예결위 회의장 점거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 더 돋보인다. 재정위의 한 관계자는 "민감한 세법이 많아 여야가 심하게 충돌할 수도 있었다"며 "하지만 당리 당략만 내세우다 회의가 결렬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소위는 소득세 · 법인세 추가 인하안 등 최대 쟁점도 예상외로 쉽게 절충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나라당은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감세 기조가 옳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이에 대해 '부자 감세'라며 강공을 펼쳐온 만큼 충돌이 예상됐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조세소위에서는 최고세율 구간에 대해서만 인하를 유보하는 선에서 결론을 냈다.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은 "재정 균형에 초점을 두고 여야가 조금씩 타협했다"며 "감세 기조를 버렸다는 비판도 있지만 기업을 위한 임시투자세액 공제를 상당 부분 유지하는 등 다른 부분에서 실리를 챙겼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은 정부의 녹색성장 기조를 반영한 '에너지 다소비 품목 개별소비세 과세'등을 관철하는 데 주력했던 것에 비해 민주당은 일부 구간이긴 하지만 감세 유보라는 명분을 챙겼다.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17일 민주당 소위원들이 예결위 회의장 점거에 동참하면서 소위가 무산됐고,예결위를 겸임하는 의원도 있어 시간잡기도 쉽지 않았다. 소위원장인 이혜훈 의원은 "30여차례 만나다 보니 불가능해보였던 해법도 마련됐다"며 "의원들 모두 정책통으로서 당론보다는 소신을 우선시한 것이 비결"이라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이 위원장 외에도 나성린 유일호 진수희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국세청장을 역임했던 이용섭 민주당 의원 등 소위원들 모두 대표적인 경제전문가들이다. 재정위의 한 전문위원은 "여야가 한치 양보없이 대치하는 가운데 220여 법안의 일괄타결을 이끈 조세소위는 국회의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