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2일 대전을 찾았다. 지난 10월'대전국제우주대회 개막식'참석이후 첫 방문이다.

이 대통령은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교육 과학 문화분야 업무보고를 받은 후 대전 · 충남 유력 인사 40여명과의 간담회 및 지역 언론사 사장들과 비공개 '티타임'을 잇달아 가졌다.

내달 발표되는 세종시 대안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선 충청인들의 이해를 구하는 게 핵심인 만큼 직접 설득에 나선 것이다.

◆"1년 이상 고민했다"

이 대통령은 원안 수정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진정성을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서로 이해하고 이성적 판단을 하는 게 좋다"며 "정치적이 아니라서 개인적으로 손해 볼 때가 많다. 너무 정치적이면 나라도 지역도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나는 욕심이 없다. 무엇이 정말 나라를 위하고 서민들이 일자리를 얻고 편안하게 살까,그 생각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시 수정을 결정하기까지의 고민도 털어놓았다. 이 대통령은 "가만히 있는데 정치인들이 수도를 옮긴다,또 반쪽만 옮긴다,이 대통령이 들어서서는 그것도 안 된다고 하고….충청도민들도 많이 속상할 것 같다"고 다독였다.

이어 지난 대선 때 '원안 추진' 약속을 한 것과 관련,"그때 속으로 부끄럽더라"며 "그런 미안함이 있기 때문에 더 정성껏 대안을 마련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년 이상 고민했다. '에이,뭐 좋은 게 좋은 거다. 다음 대통령 때 할 거니까' 이렇게 생각하다가 자고 나면 국민이 적당히 하라고 나를 대통령으로 뽑아줬을까 생각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보상을 적게 받은 사람과 자녀들에게 일자리를 포함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려가 진행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통령 책임' 의미는

이 대통령은 세종시 대안 마련에 대해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정운찬 총리가 총대를 메고 대안을 만들고 있지만 수포로 돌아가더라도 정치적인 책임은 모두 대통령이 진다는 의미다. 간담회에는 박성효 대전시장,이인화 충남지사 권한대행,강태봉 충남도의회 의장,서남표 KAIST 총장 등 지역 유력 인사들이 참석했다.

세종시 건설 예정지인 충남 연기군수와 공주시장은 불참했다. 참석자들은 세종시 대안으로 벤처기업 중심 육성,대학-기업 밀착형 도시 등을 제안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