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장 온도 18℃, 내복.조끼 착용, 잔반저울 이용
李대통령 "방송이 윤리.도덕 선도해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2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방송통신위원회의 내년도 업무보고는 `에너지 절약형'으로 열렸다.

지난 17~19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 참석했던 이 대통령은 선진국의 에너지절약 모범사례를 들면서 발상의 전환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을 주문했고, 이에 청와대는 회의장 실내온도를 낮추는 등 실천 노력을 선보였다.

이날 회의가 열린 영빈관의 실내온도는 18℃에 맞춰졌다고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전날 이 대통령이 참모들로부터 당사국총회 결과를 보고받은 자리에서 회의장 온도를 물어본 뒤 20℃가 넘었다는 보고를 받고 "청와대부터 20도가 넘으면 어떻게 하느냐. 19도가 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또 이 대통령을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은 내복과 조끼를 입었고, 오찬 때는 식사후 식판을 저울에 올려 일정기준을 넘어서면 적색불이 켜지는 이른바 `잔반 저울'이 사용됐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기후변화로 닥친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뒤 "지구온도가 2℃ 오르면 지구상 동식물의 30%가 멸종된다는 보고가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 보면 위기의 미래가 우리 눈앞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은 소형차 이용은 물론이고 탄소배출이 많은 고속도로 대신 해상, 수상 운송을 오래전부터 시행해 왔다"면서 "이제 생활방식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도 "코펜하겐이나 (프랑스) 파리의 호텔이 히터 작동이 안되도록 고정시켜 놔서 스웨터에 점퍼, 코트까지 입고 견뎠다"면서 "물 온도도 38℃로 제한해서 뜨거운 물을 쓸 수 없었다"고 소개했다.

이 장관은 "우리 경제상황이 프랑스나 독일보다 앞서 있다고 볼 수 없는데 너무 풍족하지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토론에서도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성장에 대한 조언이 잇따랐다.

국회 지경위 소속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일반 국민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학교 교육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민사회단체도 이런 분위기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에너지관리공단 이태용 이사장도 "에너지절약을 위해 초.중.고교의 관련 조기교육을 통한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방통위 업무보고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막말 방송'에 대한 지적과 해결방안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최구식 제6정조위원장은 "연예인의 막말 방송시 방송계 퇴출 등 강도높은 신상필벌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황수경 KBS 아나운서도 "TV 방송언어의 오염수위가 높은 만큼 막말방송에 대한 규제와 심의, 평가가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건의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인터넷 악플에 대한 교육과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방송이 우리 사회의 윤리와 도덕을 선도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면서 "금융위기 극복은 비단 경제적 접근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며, 윤리와 도덕에 기반한 사회야말로 위기를 극복하는 저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김은혜 대변인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