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예산 편성가능성 고조..정부도 대책 마련
관계자 "계수조정소위 구성, 사실상 물건너가"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간 `예산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점점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의 예결특위 회의장 점거가 21일 닷새째 이어지고 여야가 돌파구를 찾지 못해 정부가 제출한 291조8천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정밀 심사할 계수조정소위 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다.

연말까지 불과 열흘 앞둔 상황에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제안한 `대통령+여야 대표' 3자회담이 여야간 `동상이몽' 속에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인 데다 안상수 원내대표의 4자회담 제안도 민주당의 거부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여야간 예산안 타협이 끝내 실패로 귀결될 경우 사상 처음으로 정부가 기관유지.운영비 등 제한된 용도의 예산을 편성, 사용하는 준예산을 짜야하는 최악의 상황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도 `예산 국회'가 여야간 극한 대치로 파행을 면치 못하자, 내부적으로 준예산 편성을 위한 검토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지난 19일부터 예결위원 29명이 자체 예산 수정안 마련에 본격 나선데 이어 예산안 연내 처리를 위한 향후 `행동계획'도 마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여당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예산 수정안을 예결특위에서 단독 처리하거나,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통해 본회의에서 정부 원안대로 처리하는 시나리오가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주 말까지 현 여야간 대치상황을 타개할 계기가 마련되지 못할 경우 오는 28∼29일 예결위, 30∼31일 본회의에서 예산안 강행 처리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예결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데다 향후 여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 가능성에 대비, 본회의장 점거도 불사한다는 방침이어서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가 예상만큼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다.

물론 여야간 극한 대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는 점을 감안해 타협의 여지를 계속 열어놓고 있어 극적인 막판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희망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야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원내수석부대표간 회동을 열어 12월 임시국회 의사일정과 함께 여야 회담 개최, 4대강 예산 문제 등을 놓고 협의할 예정이며, 여야 원내대표간 물밑 조율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예결위 점거농성에도 불구, 우리는 금년 내에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예산 부수법안을 마무리 짓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 대통령을 당장 만나 대통령의 말을 듣고 많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할 것"이라며 "대통령은 조건없는 대화에 응해달라"고 3자회담을 거듭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