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격한 대립으로 세밑 정국이 혼미하다.

4대강 사업예산을 둘러싼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연말까지 통과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정치권 전체를 짓누르고 있다.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를 막으려는 민주당의 예결위 회의장 점거가 나흘째로 접어든 가운데 양당은 거듭 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4대강 문제에 대한 현격한 견해차로 진전이 없다.

결국 열흘을 남긴 연말 정국은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에 따른 여야의 물리적 충돌 ▲예산안 연내처리 실패와 초유의 준(準)예산 편성 ▲여야의 막판 극적타결 가운데 하나로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나라당 =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를 정상 가동시키는게 우선 목표로, 민주당이 4대강 예산삭감을 주장하며 예결위 회의장을 점거한 이후 매일 회의장을 한차례씩 찾아가 `점거농성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4대강 예산 삭감에 대해선 계수소위 구성 후 논의하자는 기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심재철 예결위원장은 "사전에 얼마를 깎겠다는 것을 보장해야 회의를 열겠다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며 "대한민국 예산심의 역사에서 그런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4대강 예산 가운데 불요불급한 예산이 있다면 삭감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놓고 있으나 4대강 사업의 핵심 예산은 끝까지 사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2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4대강 예산도 삭감 대상에 당연히 포함되겠지만 하도 준설, 보 설치는 본질적이기 때문에 그것을 조정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대강 사업예산 6조7천억원 가운데 1조원만 인정하라는 (민주당의) 주장은 협상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예결위의 심의가 계속 지연되자 당소속 예결위원들을 통해 19일부터 국회에서 정부측과 간담회를 갖고 각 상임위에서 넘어온 예산안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의 계수소위 참여를 압박하는 동시에 끝내 거부할 경우 한나라당 자체의예산 수정안 마련 수순으로 돌입하겠다는 `경고'다.

또 `1%의 4대강 예산 때문에 99%의 다른 예산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주는 여론전의 측면도 가미돼 있다.

한나라당은 최악의 경우 계수소위 심사를 생략, 민주당을 배제한 채 친박연대와 예산 수정안을 만들어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강행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소속의원들에게 21일부터 출국자제령을 내린만큼 이날을 설득의 `데드라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크리스마스 이전 예산안 처리'가 당의 방침이어서 내주초까지는 타결을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 = 민주당은 `대통령+여야대표 회담'을 통해 4대강 사업 예산삭감 약속이 수용될 때까지 예결위 회의장 점거농성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4대강 예산 문제를 풀 수 있는 실질적 결정권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보고 직접 만나 담판을 짓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대통령+여야대표'의 3자회담 의제에서 4대강 예산을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며 압박을 계속하되 원내 협상도 병행하며 절충을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부 소관 예산은 협상이 가능하나 수자원공사 이자보전비용 800억원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약속 없이는 계수소위 구성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결국 3자회담이 무산되고 원내 협상에서도 접점이 찾아지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일방처리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물리적 저지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의지가 워낙 강해 여야 협상에 한계가 있다"며 "청와대가 3자회담을 거부하거나 의제에서 예산심의를 제외할 경우 점거를 계속하며 강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계속해서 계수소위 구성을 거부할 경우 여당에 일방처리의 명분만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지도부는 현재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판단이다.
국민 대다수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있는만큼 예산안이 강행처리될 경우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은 집권여당의 몫이라는 주장이다.

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국민의 70%가 반대하고 있는만큼 양보의 여지가 없다"며 "예산안 강행처리는 집권여당으로서 무능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김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