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처리 못하는 이런 국회 처음 봐"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17일 세종시 논란과 관련, "묵은 감정과 당리당략을 모두 털어버리고 나라를 먼저 걱정하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낮 세종문화회관에서 4.19 및 6.3 세대 정치인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보고싶은 사람들 2009년 송년모임'에 참석, "세종시는 국가의 장래가 걸린 실로 중차대한 문제"라며 이같이 주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금 애국심이라는 말이 없어졌는데, 모두 애국심을 갖고 어떤 것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인지 냉정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며 "모두 합심해 세종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한다면 국민통합은 물론 나라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나라는 큰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며 "이념과 정파, 지역으로 분열돼 소모적인 분쟁으로 국력을 탕진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굴러 떨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세종시 계획과 관련, "애당초 대통령이 되려는 욕심이 앞서 수도를 통째로 옮기겠다는 황당한 공약(空約)을 한 것이 발단이었다"며 "본인 말대로 재미 좀 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 책임성있게 수정했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김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에도 승복하지 않고 정부를 반으로 쪼개는 기형적인 괴물을 여야가 한통속이 돼 정략의 산물로 만들었다"며 "어떤 이유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전 대통령은 최근의 북한 상황을 언급하면서 "북한은 국제사회 전체를 적으로 만들고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구제불능의 집단"이라면서 "북한에 언제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를 당부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여의도 63빌딩에서 이윤성 국회부의장,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장광근 사무총장, 김무성 고흥길 안경률 의원 등과 만찬을 함께 했다.

이들은 주로 김 전 대통령이 과거 정치를 할 때 인연을 맺었던 국회의원들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치를 오래했지만 야당이 점거를 하고 예산을 처리 못하는 이런 국회는 처음 봤다"고 비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그는 또 "과거에 예산 처리가 해를 넘긴 적이 거의 없었으며, (예산처리를 못하는 것은) 극히 비정상적이다"라면서 "이런 일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안용수 기자 kbeomh@yna.co.kr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