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타협 기류서 하루만에 대치로 반전
계수소위 지연속 예산안 해 넘길 가능성

여야가 17일 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한 예결특위 예산조정소위(계수조정소위) 구성을 놓고 정면 충돌하면서 예산정국이 또다시 깊은 늪에 빠져들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친박연대와 함께 계수조정소위 구성안 의결에 나섰지만, 민주당이 `대통령+여야대표 회담' 이후 계수조정소위 구성을 요구하며 예결위 회의장을 전격 점거하면서 몸싸움을 벌였다.

여야는 전날 예산안 처리를 위한 타협 모색 방침을 밝히고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대통령+여야대표 회담'을 제안하면서 반전을 시도했지만, 하루만에 야당의 실력행사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날 야당의 예결위 회의장 기습 점거는 명목상 한나라당의 계수조정소위 구성 강행에 따른 반발이지만, 4대강 예산을 둘러싼 당내 이견과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등 변수들이 맞물리면서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 대표의 `대통령+여야대표 회담' 제안도 야당의 기습 점거에 `명분'을 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여야 영수회담이 목전에 있는데 무엇이 급해 오늘 오전 10시 계수조정소위 구성에 나서야 하느냐"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이시종 의원도 "한나라당이 4대강 예산과 관련해 우리가 요구한 범위 내에서 수용가능한 삭감수치를 제공해줘야 소위 구성에 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야간 정면 충돌로 계수소위 구성이 지연되면서 새해 예산안 처리도 해를 넘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당분간 여야 대치상황을 해소할만한 돌파구가 없어 예결특위 파행을 당분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해 예산안 처리가 늦춰지면서 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을 편성, 집행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시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여야가 끝내 `접점찾기'에 실패할 경우 정부.여당이 예산안 심사기간 지정 요청과 강행처리 시도에 나서고 이에 야당이 물리적 저지로 맞서는 파행 상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예산안을 시한 내 처리하지 못해 준예산을 편성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여야 모두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어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여야 원내대표회담에서 예산안 처리를 위한 `패키지 딜'을 모색하거나 정 대표가 제안한 `대통령+여야대표 회담' 성사가 여야 대치를 푸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인 것.
반면 민주당이 사실상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간 3자회담을 계소조정소위 구성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이에 부담을 느끼면서 성사 여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국회 관계자는 "야당이 예결위 회의장을 점거한 상황에서 당분간 여야간 대치가 심화될 것"이라며 "여야 원내대표회담이나 여야 영수회담 등을 통해 해결하지 않은 한 대치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