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사용료 징수 강화 등 재정 확충 `겨냥'

북한이 지난달 30일 화폐개혁을 단행한데 이어 부동산관리법 등 경제 관계 법령 여러 건을 한꺼번에 제정해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린다.

북한이 이들 법률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일견 부족한 재정 확충과 자원의 효율적 관리, 중앙집권적 요소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먼저 신설된 `부동산관리법'은 2002년 `7.1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확산된 시장의 변화를 현실적으로 반영하는 동시에 부분적 점유권이 허용되는 부동산의 사용료 징수를 극대화함으로써 재정 확충도 도모하겠다는 `일석이조'의 포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문제 전문가는 "이미 북한 내에서는 부동산의 점유권이 인정되고 있고 경제 주체들이 부동산 사용료를 국가에 납부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법 제정은 현실을 제도화한 것"이라며 "특히 부동산 관리에 초점을 맞춘 것은 재정 수입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6년부터 부동산 가격을 제정해 사용료를 징수해왔고, 2007년에는 국가예산의 15.4%를 부동산 사용료로 충당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부동산의 재정 비중이 높다.

북한 당국은 2006년 고강도 부동산 실사를 진행하면서 당과 군부대 산하 기관, 기업소는 물론 라선시와 개성 및 금강산 특구 지역의 외국인 투자기업까지 실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개인.기관.기업소의 토지와 건물은 기본이고 작은 `뙈기밭'과 건물의 내부 설비, 수목의 숫자까지 세밀하게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부동산 사용료가 제대로 징수되지 않자 세수기반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법제화 조치를 취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새로 제정된 물자소비법도 `자원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강력한 소비 억제와 `사재기' 등의 시장적 요소 퇴출을 겨냥하고 있는 듯하다.

어차피 극심한 물자 부족으로 자원의 효율적 분배가 어려운 터라 공장이나 기업소에서의 효율적 물자 사용을 유도하면서 생산성 제고를 통해 물자난을 완화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일부 축재계층에서 만연한 것으로 알려진 `사재기'를 강력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홍현익 전문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이 법의 제정 사실을 공개하면서 `과학기술의 발달 따라 소비기준을 낮춘다'고 했는데 이는 가격을 엄격하게 제한한다는 뜻"이라면서 "앞으로 북한 내에서는 완전한 `시장가격'이 사라지고 `국정가격'과 일정 폭의 마진을 인정한 시장가격만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종합설비수입법도 경제 분야에서의 정부 개입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기은경제연구소의 조봉현 연구위원은 "개별 단위 기업소에서 필요에 따라 비공식 루트로 중국 등지에서 수입해오던 것을 바로잡고 기업간 설비 매매도 질서있게 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종합적으로 북한의 이번 경제 관련법 정비는 국가 자산의 효율적 사용과 소비 억제를 통해 만성적인 `부족의 문제'를 완화하는데 무게가 실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무엇보다 이번 조치는 화폐 개혁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재정을 확충하고 경제부문에 대한 통제도 강화함으로써 이른바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