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대강 사업 등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데도 힘이 실리고 있어 주목된다.

국회의 예산안 심의가 4대강 예산에 발목잡혀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16일 4대강 예산 삭감 의사를 처음 언급했고, 민주당은 토론과 협상을 통해 4대강 예산을 풀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예산안 처리 등 국회정상화를 위한 이명박 대통령,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등 3자 회동의 성사 가능성이 높아 내년 예산안 심사는 파국이냐, 타결이냐의 분수령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여야, 4대강 공방 속 대화 모색

여야는 이날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구성 문제를 놓고 일단 거친 설전을 이어갔다.

한나라당은 17일 계수소위 구성을 강행하겠다고 밝혔고, 민주당은 4대강 예산의 대폭 삭감없는 소위구성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면서도 여야는 4대강 예산 경색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지도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4대강 예산 삭감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다.

안 원내대표는 "4대강 예산에서 불요불급한게 있으면 계수소위에서 삭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몽준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는 민주당을 향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는 회담을 제안하고 민주당이 이를 수락, 그 결과에 따라 4대강 예산과 세종시 문제로 꽉 막힌 정국이 풀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민주당은 4대강 예산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안할 것"이라며 "4대강 예산은 토론과 협상을 통해 풀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협상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이처럼 여야가 진전된 입장을 밝힌 것은 `여당의 예산 강행처리, 야당의 저지'가 현실화할 경우 '성난 민심'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 부담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으로선 야당의 불참하에 계수소위를 가동해 예산안을 강행처리할 경우 나라살림을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민주당도 전체 예산의 1%에 불과한 4대강 예산에 매달려 전체 예산심의를 방기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4대강 예산, 쟁점과 변수는 = 여야가 4대강 예산에 대해 각각 진전된 입장을 내놓았지만 각론에서는 여전히 시각차가 크다. 쟁점과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한마디로 첩첩산중이라 할 수 있다.

첫번째 관문은 계수소위 구성이다. 한나라당이 계수소위에서 4대강 예산 삭감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민주당이 계수소위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삭감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민주당은 ▲수자원공사 이자지원분 800억원 전액삭감 ▲수공의 4대강 사업 불참 ▲국토해양부 4대강 예산의 1조원 수준으로 삭감 ▲4대강 사업 공사기간 5년으로 연장 등 엄격한 기준을 제시해놓은 상태다.

반면 한나라당은 4대강 예산 삭감조정 의사를 밝힌 만큼 계수소위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요구에 대해 더 진전된 답을 내놓거나, 민주당이 전제조건을 접고 계수소위에 들어가 논의하자는 긍정적 입장으로 돌아서지 않는 한 소위 구성은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만약 계수소위가 구성된다 하더라도 여야는 4대강 예산의 논의 순서를 놓고 당분간 갑론을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일단 쟁점사항인 4대강 예산을 뒤로 미루고 다른 예산 가운데 합의할 수 있는 부분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이나 민주당은 4대강 예산부터 해결해야 나머지 예산도 풀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4대강 예산을 대폭 깎은 뒤 이를 교육, 복지, 지방예산에 배분하자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대 쟁점인 4대강 예산 삭감 규모는 고차원 방정식으로도 풀기 난제로 대두할 전망이다.

민주당 주장대로라면 정부가 계획한 내년도 4대강 사업비 6조7천억원(국토해양부 3조5천억원, 수공 3조2천억원)은 1조원 수준으로 대폭 축소돼야 하나 한나라당은 4대강 사업을 아예 하지 말라는 얘기냐며 반발하고 있다.

4대강 사업비가 1조원 수준으로 대폭 삭감될 경우 핵심인 하도준설과 치수사업을 포기하고 예년 수준의 하천정비사업만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여야 일각에서는 한발씩 양보한다면 접점을 못찾을 게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자원공사 이자지원분 800억원 전액 또는 부분 삭감, 국토해양부 예산의 소폭 삭감, 하도준설.보설치 예산의 부분 수정을 통해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양측 모두 기존의 주장을 접고 어느정도 출혈을 감수한다면 4대강 예산 타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여야 모두 예산안 파행이라는 부담을 떠안는 게 불가피하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