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6일 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한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구성 논란과 관련, 4대강 예산안에 대한 삭감 용의를 내비치며 민주당에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당 공식 회의에서는 일부 시급하지 않은 4대강 관련 사업은 뒤로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정몽준 대표가 전날 제안한 여야 대표 회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함께 하는 회담을 제안함에 따라 예산안 경색 정국을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 마련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정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ㆍ중진연석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 정국을 해소하는 모임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4대강 예산 강경론자였던 안상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내일까지도 소위 구성을 거부하고 예산 심사에 불참한다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면서도 "한나라당은 4대강 예산도 불요불급한게 있으면 소위에서 삭감할 용의가 있는 만큼 민주당은 정정당당하게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이해봉 전국위의장은 "원내대표가 야당과 협상도 하고 유연성도 가져야 한다"며 "(4대강 예산 중) 테마공원 건립이나 탐방로 등을 만드는 부분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야당과 협상여지가 잇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원내대표는 "문제는 민주당이 4대강 사업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유연성이 없게 원안대로 가져가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며, 농림수산식품위처럼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삭감할 부분은 삭감한다"고 협상 가능성을 거듭 내비쳤다.

남경필 의원도 "(야당의) 막무가내 예산투쟁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이낙연 농림수산식품위원장과 같은 합리적 목소리도 야당에 상당수 있다"면서 "그런 분과 대화를 통해 올오어낫싱의 파국이 아니라 대타협의 정치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장광근 사무총장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리샴의 법칙처럼 여의도 정치판에서는 비상식이 상식을 구축하는 신그리샴의 법칙이 지배한다"며 "동맥경화증에 걸린 4대강을 살리겠다는 정부 의지가 과연 타도의 대상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호남 출신 박재순 최고위원도 "민주당 지도부와 호남의 민심은 완전히 다르다"면서 4대강 예산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