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4대강 사업에 발목 잡혀 결국 파행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여야는 예결위 부별심사 마지막날인 15일 계수조정소위 구성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내년도 예산의 구체적인 증액.삭감 규모를 논의하는 계수소위는 4대강 예산의 원안처리냐, 대폭 삭감이냐를 결정하는 최종관문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4당은 4대강 예산삭감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계수소위 구성에 응할 수 없다고 항전 태세에 들어갔다.

계수소위가 구성돼 일단 가동될 경우 한나라당의 4대강 예산 단독처리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계소수위 가동의 전제조건으로 ▲수자원공사에 대한 이자지원비 800억원 전액 삭감 ▲수공 배정된 3조2천억원 4대강 사업 철회 ▲3조5천억원 규모의 국토해양부 4대강 예산을 1조원 수준으로 삭감 등을 제시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4대강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며 전면적 예산투쟁을 선언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4대강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당 요구조건을 수용할 경우 4대강 사업 핵심인 보 설치와 하도준설을 할 수 없고, 예년의 하천정비 사업 수준에 그친다는 논리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의 요구조건은 4대강 사업을 포기하라는 것이지만 4대강 사업은 반드시 해야 할 국책사업"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계수소위 구성안을 의결키로 했다.

24일 이전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당장 계수소위를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16일 각 상임위의 예산안 예비심사, 예결위 부별심사 결과를 종합, 정리하는 시간을 하루 갖고, 17일부터 바로 계수소위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이 이날 계수소위 구성안을 단독 의결하더라도 계수소위는 야당의 불참 하에 반쪽짜리로 운영되는 파행을 겪을 전망이다.

다만 한나라당은 계수소위의 문을 열어놓고 야당이 참석하면 4대강 예산을 포함해 내년도 예산안을 합리적으로 논의해보자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민주당도 마냥 계수소위를 공전시키면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예산안을 논의하는 구조를 방치할 리 없다는 기대감도 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야당이 참여하지 않으면 국민의 혈세를 독단적으로 주물렀다는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예산안 강행처리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대강 예산을 놓고 여야간 입장차가 워낙 커 절충점을 도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결위 간사인 김광림 의원도 전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예산 협의에 최선을 다하되 연내 가능한 빠른 시일내 예산안의 본회의 의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부득이 국회법 절차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강행처리를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