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북핵 협의.."비핵화는 평화조약 선결조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8~10일 방북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4일 "북한이 언제 6자 회담에 복귀해 비핵화 협상을 할지에 대한 구체적 시간표는 없다"고 말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이날 러시아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무차관 등과 방북결과 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미국과 우리 파트너들은 가능한 한 빨리 북한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그것을 준비하고 있으며 다른 당사국들 또한 그렇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원하는 북.미 간 평화조약 체결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가 기본적으로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 `선(先) 평화조약, 후(後) 핵 폐기'라는 북한 입장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방북 후 한국, 중국, 일본에 이어 마지막으로 러시아를 찾은 보즈워스 대표는 방북 성과와 관련 "러시아와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또 9.19 공동성명의 합의 이행을 재개하는데 공감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매우 만족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2일 태국 당국이 북한산 무기를 선적한 화물기를 억류한 사건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1874호를 이행하려는 국제사회의 공통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로다브킨 차관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효과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데 만족하고 있다"며 "이번 제재는 북한산 무기를 수출하려는 어떤 시도도 (성공할) 가망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와 미국이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부분이 일치하거나 비슷하다"면서 "9.19 공동성명에 근거해 6자회담은 계속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라면 북.미 직접 대화는 물론 어떤 식의 접촉도 환영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북.미 대화가 끝나자마자 "북한이 6자회담 재개 필요성을 천명한 데 대해 올바른 방향의 진전"이라고 환영의사를 표명하며 앞으로 사태전개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안드레이 네스테렌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앞서 "북한과 미국이 이번 접촉을 통해 '실무적' 대화를 나눈 데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미국과 북한이 가까운 장래에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도록 조만간 공통의 언어를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15일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함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대북특사로 지난달 북한을 다녀온 자크 랑 하원의원을 만나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 등을 논의하고 워싱턴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한편, 우리 측 6자회담 수석 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17일 모스크바를 찾아 보로다브킨 차관과 회동, 북·미 대화 이후 한반도 정세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양국 및 5자 간 공조 방안과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