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부처 업무보고..정책수요자들과 토론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14일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내년도 서민.고용 분야 부처 업무보고에는 기업 및 단체 대표, 구직자 등 정책수요자 40여명이 참석해 정부 관계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최근 경기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 내년도 부처별 업무보고를 보건복지가족부, 노동부, 여성부, 보훈처 등 사회안전망 관련부처로 시작한 취지를 살려 민생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은 것.
이 대통령은 특히 이날 업무보고와 토론을 마친 뒤 "오늘 토론 과제는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액션플랜을 만들어 달라"고 각 부처에 지시, 서민정책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 李대통령 "대한민국 희망있다" =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나눔.봉사 가족 초청 오찬'을 소개하며 내년도 첫 업무보고를 시작했다.

월수입 100만원 가운데 70만원을 기부하는 김밥집 부부, 매달 30만원씩 장학금을 내놓는 호빵파는 아주머니 등의 미담을 전하면서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도움을 주는 것을 보면서 참 대한민국이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올해 4개 부처에 대해 먼저 업무보고를 받는 것은 서민을 위한 배려와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한 국정과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일자리창출과 관련한 민간의 역할에 언급, "사회적 서비스도 강화해야 하지만 사회적 기업, 민간기업이 성장해야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정부도 최선을 다해 정책적으로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사회의 나눔과 기부의 문화가 달라지고 있으나 이 가운데서도 자원봉사 분야가 전문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네트워킹이 잘돼야 적재적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통합적 관리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토론에서는 여성이 가정을 돌보면서 일할 수 있는 `퍼플잡', 장애인 직업 재활을 일컫는 `1030' 등 진지한 고민을 반영한 용어들이 등장했다"면서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빈곤층에 대한 보호가 국가의 중요 책무인 만큼 경제회복의 온기가 서민층에까지 골고루 전달될 수 있는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고 자평했다.

이날 첫번째 주제토론이 끝난 뒤 이 대통령은 행사장 1층 커피전문점로 자리를 옮겨 일부 참석자들에게 커피를 사준 뒤 직접 현금으로 계산하고 현금영수증을 받는 모습도 보였다.

◇ 민간 참석자 건의 `봇물' = 이날 토론에서 민간 참석자들은 서민일자리 창출방안, 사회안전망 내실화 방안 등을 놓고 정부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서유열 KT 부사장은 "대기업이 청년들을 많이 채용하기 위해서는 노동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의 어려움 때문에 현재 명예퇴직 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나 채용과 퇴직을 선순환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구직자인 정성진씨는 "중소기업의 비전을 심어주고 급여가 적어도 정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면 청년들이 중소기업으로 갈 것"이라며 "취업상담, 중소기업 체험 등에 대한 정보제공과 직장체험에 따른 학점 인정 등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사회적 기업인 `함께 일하는 세상'의 이철종 대표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우선구매 등의 정부 지원책은 노동부 뿐만 아니라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창출에 대한 토론이 끝난 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노동운동도 일자리문제 해결에 비중을 둬야 한다"면서 "정부의 역할만으로는 힘들기 때문에 민간과 협력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임 장관은 또 "자본과 토지는 중개기능이 가능하지만 인력에 대한 중개시장이 발달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안전망 확보 방안과 관련, 한연희 한국입양홍보회 회장은 "국내입양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입양수당 지급을 현재 만 12세까지에서 18세까지로 연장하고 최소한의 학비 지원, 의료비 지원 현실화 등의 지원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우즈베키스탄 국적을 갖고 있으면서 정부의 의료 통역사 과정을 졸업한 김나제스다씨는 "의료통역의 경우 다른 분야와는 달리 전문성이 필요하므로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관심을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