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중.하순 개최 가능성

북.미 첫 대화가 마무리되기 무섭게 외교가의 시선이 후속대화로 향하고 있다.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되는 이번 대화의 성과를 6자회담 재개로 이어나가려면 후속대화는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관측에서다.

북.미 양국도 공식적으론 후속대화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 않지만 분위기는 후속대화 재개 쪽으로 기울고 있는 느낌이다.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입장을 전달할) 수단이 전화가 됐건 다른 대화가 됐건간에 (북한의 반응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 고위관계자는 "북측이 전화를 통해 `좋다.

(6자회담을) 시작하자'고 얘기할 수도 있고, `다른 대화가 필요하다'고 전화로 얘기할 수도 있다"면서 "우리는 이들 두 가능성에 모두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으로부터 6자회담 복귀에 대해 보다 분명한 답을 들을 추가적 대화기회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도 이날 오전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조미(북미) 쌍방은 남아있는 차이점들을 마저 좁히기 위하여 앞으로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후속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이견차를 해소해나가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현단계에서 후속대화가 북.미 양국의 이해가 일치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으로부터 6자회담 복귀에 대해 '예스(Yes)'를 받아낼 추가적 모멘텀이 필요하고 북한 외교의 실세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한차례 더 만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북.미 양자구도로 북핵 논의를 끌고갈 수 있는데다 현 제재국면을 피하려면 대화의 동력을 이어가는게 긴요하다는 점에서 후속대화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후속대화가 열리려면 일정한 '과정'과 '조건'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5자협의 프로세스가 주목된다.

미국 스스로 북.미 대화를 '6자회담 틀 내'라고 강조해온 만큼 한.중.일.러를 상대로 일정한 협의절차가 필요하다.

스티븐 보즈워스 대표는 한국에 이어 11일 중국 베이징, 12일 일본 도쿄, 13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순차적으로 방문한다.

현재로서는 관련 당사국들이 이번 대화의 성과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후속대화 재개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중국 장위(姜瑜)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유관 당사국과 대화와 협력을 계속 유지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병은 숨어있다.

후속대화 의제와 협상방식을 놓고 북.미간은 물론 관련 당사국간 입장차가 서서히 드러날 소지가 있다.

특히 후속대화 의제는 일괄타결 방안의 구체적인 밑그림과 맞물려 있어 5자간 협의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제기하는 평화협정과 관계정상화 이슈가 상황에 따라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부의 여론도 변수다.

이번 대화의 성과를 놓고 미 행정부측은 "예비대화(preliminary meeting)로서 상당히 긍정적"(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여론흐름을 형성하는 언론의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신중해보인다.

특히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확약'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 자체에만 신경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미국 매파를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운신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미국 행정부 내에서는 후속대화를 견인할 좀 더 확실한 '명분'을 찾으려는 기류도 나타나고 있다.

미 국무부 고위관계자가 "그들은 아직 예스라고 말하지는 않았다"며 "공은 여전히 그들의 코트에 넘어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미 첫 대화 이후 조성되는 양측의 유화기류를 감안할 때 후속회담은 머지 않은 시기에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외교소식통들 사이에서는 5자협의와 미국 내부검토에 일정한 시간이 걸리고 연말.연초를 피하는 미 행정부의 업무관행을 감안할 때 내년 1월 중순 이후 후속대화가 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후속회담의 시기와 장소는 미정이지만 내년 1, 2월에 미국 워싱턴, 뉴욕 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개연성이 크다.

상호주의 원칙을 감안하면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의 한복판에 나타나는 장면도 그려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격(格)을 높여 장관급 대화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지만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위상이나 바쁜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이변이 없는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보즈워스 대표의 11일 방중을 계기로 이뤄지는 미.중간 협의가 외교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북.미대화가 외견상 북한의 초청을 미국이 수락해 열리는 형식이었지만 그 기저에는 미.중간 'G2(주요 2개국)' 차원의 컨센서스가 작용하고 있었다는 분석에서다.

이에 따라 미.중 양국이 이번 대화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방향으로 대응기조를 잡아가느냐가 북핵사태 흐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