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식이 희소식" 관측도 대두

2박3일간의 평양체류 일정을 마치고 10일 서울로 돌아올 예정인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특사의 '귀환 보따리'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의 북핵사태 전개와 한반도 정세의 흐름이 사실상 이번 북.미대화 결과에 지배를 받고 있다는 관측에서다.

현재로서는 그가 어떤 보따리를 풀어놓을 지 한마디로 예측불허다.

정보접근의 유일한 통로인 북한 관영매체가 관련 보도를 일절 하지 않고 있어 그야말로 "달의 뒷면(the dark side of the moon)"(미 국무부 고위당국자)에 들어간 형국이다.

외교소식통들도 엇갈린 관망 속에서 이날 오후 늦게 귀환 기자회견을 가질 보즈워스 특사의 '입'에만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일단 정부 소식통들을 중심으로는 이번 대화가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핵 접근법을 놓고 북.미 양국의 스탠스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추론에 터잡고 있다.

특히 미국이 '선(先) 6자회담 복귀'를 주문하는데 대해 북한이 '선(先) 평화협정'으로 맞서는 명분싸움의 성격이라는 점이 이 같은 회의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평양체류 일정이 더이상 연장 없이 예정대로 끝나는 것이나 북한 관영매체가 시종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런 한편으로 보즈워스 특사가 그냥 '빈손'으로 귀환하지는 않을 것이란 낙관론도 동시에 나온다.

겉으로는 양측이 대립의 날을 세우는 듯하지만 정작 회담장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설득을 위해 포괄적 패키지 또는 일괄타결안의 기본얼개를 설명했을 가능성이 높고 북한도 종국적으로는 6자회담 복귀를 약속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보즈워스 특사가 6자회담 복귀 설득 차원에서 포괄적 패키지를 설명했을 가능성이 높아 무언가가 만들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관영매체들이 관련 보도를 않고 있는 점을 들어 오히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외교소식통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종합해보면 양측은 이번 대화에 이어 후속 고위급 대화를 갖자는 선에서 '유보적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으나 추가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는 선에서 첫 대화를 마무리했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 고위관리는 9일 "이번 북.미 회담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토대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양국이 한 차례 더 직접 대화를 해야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워싱턴발로 보도했다.

여기에는 보즈워스 특사가 이번 대화에서 '협상'을 하기 보다는 북한의 입장을 '청취'하는 역할에 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자리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보즈워스 대표는 이번에 북한의 얘기를 들어본다는 입장"이라며 "북한이 새로운 얘기를 하더라도 보즈워스 대표는 이를 들고와 본국에 보고하고 5자협의 프로세스를 밟아 차후 대응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핵 국면은 당분간 낙관도, 비관도 어려운 어정쩡한 상태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