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2010 경제운용' 관련 토론회에는 국내외 민관 전문가 150여명이 참석했다. 집권 중반기 이후 경제정책 뼈대를 정립하기 위한 자리인 만큼 참석자 간 토론은 그만큼 치열했다. 토론은 도시락으로 오찬을 하며 6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누구의 탓이라고 비판 말자"

이 대통령은 우선 아직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하며 과감한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5% 이상으로 전망하는 기관이 많지만 착각일 수 있다"며 "여전히 세계경제 환경에는 변수가 많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방심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환자에겐 회복기가 중요한데 환자 자신이 더 조심해야 한다"며 "의사도,돌보는 가족도 세심하게 신경써야 한다. 다 나았다고 먹어선 안 되는 음식을 먹거나 무리하게 운동을 해선 탈이 난다"고 말했다.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내년에도 재정지출을 선제적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래에 대해 대단히 긍정적 생각을 갖고 있다.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만큼 이뤄낸 것은 더 잘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또 "스스로 자책하지 말자.세계가 우리를 배우려고 하지 않는가"라며 "부정적 측면에 함몰되지 말고 차례차례 개선해 더 잘 해보자"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지금 잘 안 되고 있다고 해서 누구의 탓이라고 비판만 하지 말자.우리에겐 무한한 희망이 있다"며 "국회도 협조를 해줬고 앞으로도 협조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새 패러다임 형성기"

4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 토론에는 각 부처 장관뿐만 아니라 연구기관장,경제 5단체장,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을 비롯한 언론인,외국 경제전문가들이 참석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했다. 정 위원은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의 기업가정신이 크게 훼손됐다"며 "금융 증권 등 제도적 측면에서 기업가정신을 복원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는 "최근 부진한 기업 투자도 소유권 체제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전면적인 검토를 약속했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내수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용 삼성전자 고문과 빈센트 코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미션단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출구전략 신중론'을 주장했다.

수비르 랄 국제통화기금(IMF) 아태국 과장은 "한국 경제가 확실한 성장 단계에 들어갔다"며 "한국만큼 선도적 재정 투입을 한 국가는 별로 없다. 다른 나라가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