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前비서, 자유북한방송 인터뷰서 밝혀
"유사시 김정일 위원장 탈출로" 주장

북한의 수도 평양에 유사시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수뇌부의 대피로로도 쓰일 수 있는 300m 깊이의 비밀 땅굴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주장을 한 당사자는 바로 북한 권부의 핵심에 있다가 1997년 남한으로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8일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자유북한방송에 따르면 황 전 비서는 7일 이 방송에 출연, "평양 지면 아래 약 300m 지점에 지하철도(지하철)와 다른 제2의 지하세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황 전 비서는 남한에 망명한 이후 12년간 셀 수 없이 많은 외부 강연을 다녔지만 평양의 `비밀 땅굴'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1973년부터 운행된 북한의 지하철은 100∼150m 깊이에 만들어져 유사시 핵공격에도 견디는 초대형 방공호로 쓰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황 전 비서의 말대로라면 이 평양 지하철보다도 방호력이 한 차원 높은 `난공불락'의 초대형 `지하 벙커'가 하나 더 존재하는 것이다.

황 전 비서는 방송에서 수십년 전 우연히 평양 지하철과 연결된 비밀 지하땅굴에 직접 가봤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도 공사를 책임지던 경비대장이 찾아와 병사들과 대학생들 간의 폭행사건 처리를 부탁하며 공사현장에 초대했다"며 "지하철도로 내려간 뒤 그곳에서 또 지하철도 깊이만큼 다시 내려갔다"고 회고했다.

황 전 비서는 또 이 비밀 땅굴이 유사시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수뇌부를 위한 대피로이며 남포, 순천, 영원 등 주변으로 40∼50㎞나 뻗어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평양에서 순천의 자모산까지 뚫린 40㎞ 땅굴 속에는 깨끗한 샘물과 새파란 풀이 있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평양 철봉산 휴양소에서 남포항까지 땅굴을 뚫어 놨는데 이곳을 통해 유사시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이) 중국으로 도주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전쟁 당시 미군을 주축으로 한 유엔군의 공중 폭격으로 큰 타격을 입었던 북한은 전후 복구 과정에서 `갱도'라고 불리는 방공호를 곳곳에 파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