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8일 방북은 남북관계에도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0월 이후 북측과의 물밑접촉을 통해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북미대화와 북핵 6자회담과 연결하려는 시나리오를 모색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

따라서 이제는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을 계기로 한 북미대화의 에너지가 남북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시나리오를 기대해야할 상황인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7일 "북한이 6자회담 복귀와 함께 비핵화 공약을 재확인할 경우 정부는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관련 현안 해결을 위한 실무회담부터 시작해서 내년 상반기 중 장관급 회담 또는 정상회담 등을 개최, 남북관계의 `새 판'을 짜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지난 달 23일 "북미대화가 6자회담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우리는 본격적으로 그랜드바겐(북핵 일괄타결안)을 구체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대화에서 조성된 대화의 에너지를 활용해 우리 정부가 북한에 적극적인 제안을 할 경우 북한도 '식량지원'등을 감안해 제한적이나마 호응해올 가능성이 크다는전망이 많다.

2012년을 강성대국 진입의 해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라는 두 수레바퀴를 함께 굴린다는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즈워스의 방북이 별다른 성과없이 마무리될 경우 남북관계도 당분간 현재의 냉각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시급히 후속 대화 일정을 잡아 연말에 다시 머리를 맞대지 않는 한 북한이 1월 초 신년공동사설을 발표하고, 그에 맞춰 대남.대미관계의 기조를 재정비할때까지 남북관계도 별다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적어도 내년 2월까지는 `동면기'에 들어가는 셈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북미대화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를 강력히 제기할 경우를 주시하고 있다.

특히 9.19 공동성명에 규정된 대로 `관련 당사국들이 별도의 포럼에서 논의한다'는 6자회담 합의를 북한이 무시한 채 미국하고만 평화협정을 논의하려 할 경우 남북관계는 더욱 어렵게 풀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북한이 이번 북미대화가 성과없이 끝난 뒤 위기 고조의 길로 재진입할 경우 남북관계가 또 한번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