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화폐개혁을 통해 내놓은 5000원권은 화폐개혁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전시용'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대북 소식통은 6일 "최근 북한 내 국가은행 관계자로부터 '새 지폐 5000원은 당국이 화폐개혁을 맞이해 만든 기념품'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시중 유통용이라기보다는 북한이 이번 화폐개혁의 상징성을 위해 제작한 전시용"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이번 화폐개혁을 통해 구화폐의 가치를 100 대 1 수준으로 낮춘 것을 감안하면 새 화폐 5000원의 가치는 구화폐 50만원에 해당하는 초고액권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신권 5000원이 유통된다면 북한 내 인플레이션 억제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장은 "현재 북한 주민들의 소득 수준에서 이 같은 초고액권을 얻을 수 있겠느냐"며 "이번에 새로 발행된 2000원짜리 지폐도 실질적인 인민 경제생활과 연결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2002년과 2008년에 화폐개혁을 추진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새 지폐(9종)과 주화(5종)의 주조 시점이 2002년과 2008년으로 표기된 점이 이 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신권 50원과 10원,5원권 지폐 왼편 상단에는 발행일이 '주체 91 2002'로,5000원과 2000원,1000원,500원,200원,100원 6종에는 발행일이 '주체 97 2008'로 인쇄돼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2002년 '7 · 1 경제 조치'를 단행,물가가 급등하자 화폐개혁을 포기했고 작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이라는 돌출 변수가 터지면서 개혁을 중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