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각종 쟁점법안의 처리를 앞두고 정부와 기업이 국회를 상대로 전방위 물밑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법안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집단이 있는 만큼 관련기관의 `읍소작전'은 흔한 일이지만 올해에는 특정법안을 놓고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로비전이 전개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이다.

기획재정위는 최근 소위에서 한은에 제한적인 금융기관 조사권을 부여하는 한은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재정위는 지난 4월 한은의 기능과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기획재정부 반대에 부딪히면서 수위를 대폭 낮춰 이번에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한은법 개정안이 재정위 소위를 통과하자 금융감독권을 가진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전방위 로비에 나섰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최근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들을 상대로 한은법 개정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돌린 것.
한 정무위원은 "금융위 고위인사는 `한은이 금융감독권을 강화하는데 정무위가 가만있어선 안된다'면서 협조를 부탁해왔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재정위와 정무위의 충돌로 이어졌다.

정무위는 지난 3일 한은법 개정 입법절차 시정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한나라당 재정위와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간담회를 가졌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와 함께 최근 설탕관세 인하법안을 놓고서도 대형 제당업체들이 국회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전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홍재형 의원은 저가의 설탕공급으로 서민물가 안정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설탕완제품 수입관세율을 40%에서 10%로 인하하는 개정안을 냈고, 정부도 법안취지에 동의해 설탕관세 인하의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제당업체는 각국이 자국의 제당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물량에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며 관세율 인하를 반대한 반면, 제과.제빵업체는 제당업체 독과점으로 설탕값이 지나치게 높았다며 찬성 입장을 피력, 논란이 빚어졌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제당업체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물밑 설득작업에 나섰고, 결국 최근 재정위 소위에선 설탕관세율을 5% 포인트만 낮추는 수준으로만 조정됐다.

재정위 관계자는 "영세한 제과.제빵업체보다 대형 제당업체의 로비력이 먹혀들어간 셈"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험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놓고서 보험업계와 은행권은 치열한 대국회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은행업계는 고유영역 침해를 우려하면서 법개정 무산을 위해 정무위원 설득 작업에 나선 반면, 보험업체는 은행업계의 밥그릇 챙기기라고 비난하면서 국회 로비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노재현 기자 jamin74@yna.co.kr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