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교환 비율 `100대 1', 저금 `10대 1'로 바꿔줘 장려
"가격 2002년 7월 수준으로..국가 능력 강화로 시장 약화될 것"


대외적으로 북한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지난달 30일부터 조선(북한)에서 화폐교환 사업이 시작돼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조선신보의 이날 보도는 북한에서 화폐교환이 시작된 이후 나흘 만에 이뤄진 것으로, 북한 당국이 직접 발표하지 않고 조선신보를 통해 우회적으로 이뤄졌다.

이 신문은 `조선에서 새 화폐 발행, 교환사업 진행' 제목의 평양발 기사에서 "11월 30일부터 국가적인 조치에 따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은행이 발행한 새 화폐와 지금까지 써오던 낡은 돈을 바꾸는 화폐교환 사업이 전국에서 일제히 진행되고 있다"며 "거주지에 조직된 화폐교환소에서 6일까지 사이에 진행된다"고 전했다.

신문은 "`새 돈을 발행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이 나왔고 이 집행을 위한 내각결정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신보는 또 "지난 시기 국가가 기업소의 생산활동에 필요한 물자를 계획한 만큼 보장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의 이용을 일부 허용했다"며 "(하지만 이번 조치로) 국가의 능력이 강화됨에 따라 보조적 공간의 기능을 수행하던 시장의 역할이 점차 약화될 것"이라고 밝혀, 이번 화폐개혁의 목적이 시장주의적 요소를 제거하고 그만큼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기능을 강화하는데 있음을 분명히 했다.

새로 발행된 북한 지폐는 5천원, 2천원, 1천원, 500원, 200원, 100원, 50원, 10원, 5원 9종류이고 주화는 1원, 50전, 10전, 5전, 1전 5종류이다.

또 신구권 화폐의 교환비율은 `100대 1'이지만 저금소에 저축돼 있는 돈은 `10대 1'로 쳐 신권으로 바꿔준다고 조선신보는 밝혔다.

이 신문은 그러나 화폐교환 과정에서 한도액이 얼마로 설정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중앙은행의 조성현 책임부원은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현금은 100대 1로 바꿔줬지만 개인들이 은행에 저금한 몫은 10대 1로 바꿔줘 저금을 한 사람이 혜택을 본 셈"이라며 "앞으로도 개인들이 돈의 여유가 생기면 저금할 것을 장려하고 국가로서는 경제건설에 필요한 돈을 동원하게 될 것이며 이자율은 변동 없이 연리 3.6∼4.5%"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화폐교환 조치의 중요한 목적의 하나가 유통되는 화폐량을 줄이고 화폐의 가치를 높이자는데 있다"며 "항후 상품 가격은 나라가 가격조정 조치를 취한 2002년 7월의 수준이 될 것인데, 당시에는 쌀의 국제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상품가격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사회에 만연한 외화 사용에 대해 "앞으로 상점, 식당 등에서 외화로 주고받는 일은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외국인이나 해외동포들이 가는 상점, 식당에서도 화폐교환소에서 외화를 조선돈으로 교환해 쓰게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새로 발행된 50원, 10원, 5원권 지폐에는 발행일이 `주체 91 2002'로, 나머지 5천원, 2천원, 1천원, 500원, 200원, 100원 6종에는 발행일이 `주체 97 2008'로 각각 인쇄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동전에서도 1원, 50전, 10전에는 주조 시점이 `주체 91 2002'로, 1전과 5전에는 `주체 97 2008'로 새겨졌다.

이와 관련 북한이 2002년에도 화폐개혁을 추진했다가 백지화한 뒤 다시 이번 화폐개혁을 작년부터 준비해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