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로비 새 변수…檢 뇌물사건 성사 여부에 `고심'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인사청탁 로비의혹을 사고 있는 그림 `학동마을'을 500만원에 구입한 것으로 확인돼 검찰이 대가성에 대한 판단을 놓고 고심중이다.

검찰은 학동마을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그림이 아니라면 인사청탁을 전제로 한 뇌물 사건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지만, 의혹의 핵심인 한 전 청장 부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 만큼 서둘러 예단하지는 않고 있다.

4일 복수의 사정기관에 따르면 애초 한 전 청장 측에 학동마을을 판 K갤러리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서 학동마을 그림을 500만원에 팔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의 측근인 장모씨에게서도 한 전 청장의 지시로 그림을 사왔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라 현재로서는 학동마을의 가격이 500만원으로 매겨진 셈이다.

다만, 장씨는 한 전 청장에게 봉투째로 돈을 받아 갤러리에 전달했으며, 봉투 안에 들었던 돈이 얼마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전군표 전 국세청장 부부와 학동마을이 다시 매물로 나온 가인갤러리의 홍혜경씨, 홍씨 남편이자 `미술품 강매' 혐의로 구속된 국세청 안모(49) 국장, 한 전 청장의 심부름으로 그림을 직접 구입한 장씨 등 그림로비 의혹 사건의 등장 인물을 모두 조사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민주당의 고발을 계기로 시작된 이 사건의 수사는 이제 한 전 청장 부부에 대한 조사만 남겨둔 상태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을 대면조사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법으로 자진귀국을 종용하고 있으며, 그가 계속 조사에 불응할 경우 범죄인 인도요청 등의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한 전 청장이 학동마을의 구입을 직접 지시했고 실제로 전 전 청장 쪽으로 건네졌다는 진술이 확보된 만큼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서는 한 전 청장 조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한 전 청장을 직접 수사하더라도 사법처리나 공소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일부 개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500만원짜리로 확인된 학동마을이 국세청장이란 자리의 청탁 대가로 보기에는 다소 `소액'이라 할 수 있고, 국세청 차장이 인사권자도 아닌 국세청장에게 청장직에 대한 청탁을 하는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 전 청장의 부인 이모씨가 부부간의 식사 자리에서 그림을 받았다던 당초 진술을 번복한 상황에서 한 전 청장이 학동마을이 건네진 사실을 몰랐다고 버틸 경우 뇌물 혐의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씨의 폭로가 처음부터 매우 구체적이었고, 인사청탁이 아니더라도 또다른 `대가'와 관련한 그림 로비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당사자에 대한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다는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학동마을을 직접 구입했고 전 전 청장에게 전달됐다는 관계자들의 진술이 확보된 만큼 반드시 조사는 거쳐야 한다"며 "다만 본인이 자진귀국에 대해 요지부동의 입장이어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