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거래 중단..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북한이 17년 만에 전격 화폐 개혁을 단행, 북한 주민들이 큰 충격에 빠졌지만 새 화폐 교환은 예고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단둥의 북한 무역상과 중국의 대북 무역상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화폐 개혁 조치가 발표된 이후 평양에서는 지난 1일, 신의주 등 지방에서는 이날부터 조선 중앙은행의 지역별 저금소에서 구권을 신권으로 교환해주고 있다.

100대 1로 단행된 화폐 개혁에 따라 구권은 오는 6일까지 교환되며 이후부터는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북한 당국은 가구당 구권 화폐 10만 원권은 1천 원의 신권으로 교환해주고 초과하는 금액은 은행에 '저축'토록 조치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은행에 저금한 돈을 찾는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주민들은 교환하지 못하고 은행에 맡기는 돈은 사실상 떼이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북한 무역 일꾼들은 전했다.

화폐 개혁 발표 이후 모든 상거래가 중단되면서 북한의 시장 기능이 마비됐으며 달러와 런민비(중국 위안) 가치가 폭등했다.

신권이 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휴짓조각이 될 구권과의 거래를 기피하는 바람에 공공 서비스는 물론, 생필품 등을 거래하는 '장마당'도 일제히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큰 자금이 없어 하루 벌이식 장사를 했던 주민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단둥의 한 중국 무역상은 "금반지 100개를 주문했던 북한 무역상이 '달러나 런민비를 구할 수 없게 됐다'고 취소했으며 북한에 해산물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더니 '모든 거래가 중단돼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무역상은 그러나 "북한과의 무역은 대부분 달러나 런민비로 결제했기 때문에 일시적 거래가 중단된 것 말고는 큰 타격은 없다"고 말했다.

1992년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화폐 개혁을 맞은 주민들은 어렵사리 장사해 모은 돈이 휴짓조각이 될 처지에 놓이자 큰 충격에 빠진 채 허탈해하고 있다고 북한 무역 일꾼들은 전했다.

한 북한 무역상은 "주민들이 이용을 꺼리는 바람에 은행의 금고가 바닥났고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지경이어서 화폐 개혁 말고는 방법이 없었겠지만 주민들의 북한 돈에 대한 불신감이 커졌다"며 "달러나 런민비를 선호하게 돼 외화 가치는 더욱 올라가고 의존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한 대북 무역상은 "북한에서 수일 전부터 달러와 런민비 가치가 이상하리만큼 폭등했다"며 "당정 간부 등 상층부는 이미 알고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이며 이번 조치로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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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p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