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파병성격 달라..주한미군 차출없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일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증강과 철군 계획을 동시에 발표함에 따라 우리나라 파병계획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아프간에 지방재건팀(PRT)을 확대하고 보호병력을 파병키로 한 것은 미국의 아프간 전략에 일정부분 힘을 실어 주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어 미국의 계획에 따라 우리 군의 파병계획도 일부 수정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미군 3만명을 내년 상반기 중에 최대한 신속하게 아프간에 증강 배치하고, 2011년 7월께부터 미군이 아프간을 떠나게 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미군의 이런 증강계획 발표로 우리 정부의 아프간 파병 명분에는 힘이 실리게 됐다.

그간 미군의 아프간 증강 여부를 놓고 미국 내에서 논란이 많았고 파병 반대론자들은 이를 파병반대의 논리적 근거로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아프간에 병력을 증강하기로 천명한 이상 반대론의 기세가 다소 수그러들 것으로 정부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아프간 '출구전략'을 공개한 것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병력을 철수하게 되면 우리 군의 철군론도 강하게 제기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군의 아프간 철군이 가시화되면 적대세력이 준동할 가능성이 있어 우리 군 병력의 안전한 임무 수행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미군의 아프간 증강계획이 350여명으로 예상되는 우리 군의 파병규모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의 독자 PRT 설치와 보호 병력 파병 방침이 탈레반 소탕과 아프간 안정화를 위한 미군 증파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군 병력은 PRT 인원 보호와 적대세력의 공격에 대한 자위권 행사에 임무를 한정하고 있고 정부는 지난달 아프간 현지 실사 때 아프간 정부와 국제안보지원군(ISAF)에 이를 분명히 주지시켰다고 한다.

반면 미군은 남부 헬만드주 등 탈레반 본거지 본격 소탕과 아프간 보안군 훈련 등에 목표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군 보호병력의 임무가 기본적으로 전투를 하는 미군과 성격이 다르므로 미군이 증강되더라도 현재 예측하는 파병규모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아프간 증강계획 발표로 주한미군의 차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주한미군 측이나 국방부 관계자들 모두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세계 분쟁지역에 언제든지 투입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주한미군 장병을 대상으로 한 연설을 통해 "여러분(주한미군) 중 일부는 아프간에서 근무했고, 여러분 일부는 다시 파병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도 10월22일 연합사에서 가진 미군 장병과 간담회에서 "아시아 국가에 배치된 많은 미군 장병이 가족과 함께 장기 주둔함에 따라 앞으로 몇 년 내에 주한미군 병력을 중동으로 배치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 모두 주한미군 장병 중 일부가 아프간 등에 파병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한 것이다.

이에 주한미군 측은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미군의 고정적인 배치 또는 분류시스템을 언급한 것"이라며 "주한미군에서 근무를 마치면 본국으로 복귀해서 다시 다른 지역으로 분류되는 그런 시스템을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미국이 주한미군을 해외로 차출하려면 우리 정부와 사전에 협의토록 되어 있다"면서 "현재까지 그런 협의 또는 협의 요청은 없다"고 차출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