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화폐개혁과 관련한 첩보들은 그동안 있었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

통일부 관계자는 1일 오전 전날 북한의 전격적인 화폐개혁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통일부는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빗발치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유관기관과 사실여부를 다각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입을 다물었다. 설명 듣기를 포기했는지 몇몇 기자들은 브리핑이 끝나기도 전에 "빨리 다른 루트로 알아봐야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통일부 로비에선 기자들끼리 사건을 취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기자는 한 대북 소식통을 통해 "현재 중국에서 일부 북한 주민들이 구화폐를 미국 달러나 중국 위안화로 바꾸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등 큰 혼란에 빠져 있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타사 기자는 '평양 시내의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한 상태'라는 얘기를 알려왔다. 남북현안과 관련,주무부서인 통일부를 취재하지 않고 기자들끼리 혹은 알음알음으로 알게 된 대북 전문가들을 통한 취재가 더 정확하고 빠른 셈이다.

통일부는 중국 신화통신이 이날 오후 1시께 "북한 외무성 관리가 1일 평양주재 외교단에 화폐개혁 사실을 통보했다"고 보도했으나 통일부 관계자는 여전히 '확인 중에 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내 · 외신 기자들 모두 북한의 화폐개혁 사실을 알고 있는데 오직 통일부만 모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폐쇄성 등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면 이해할 대목도 없지는 않지만 지난 수개월간 통일부를 보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남북 당국자 간 비밀접촉이 있었다는 기사와 관련해서도 통일부는 "우리 쪽 사람은 절대 아니다"라며 언론의 시선 돌리기에만 급급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주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통일부와 출입기자는 같은 배를 탄 동지"라며 "앞으로 통일부 출입기자들이 북한 기사를 잘 쓸 수 있도록 각 부서에 잘 말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남북현안이 터질 때마다 나오는 통일부의 '모르쇠 응답'은 여전하다. 통일부 수장의 발언이 얼마나 잘 지켜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장성호 정치부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