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의 법정시한 내 국회 처리가 물건너갔다. 7년째다.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하루 남긴 1일 현재 16개 상임위 중 예산안 예비심사를 마친 상임위는 운영위,법제사법위,지식경제위,국방위,외통위 등 다섯 곳에 불과하다.

파행을 거듭해온 교육과학기술위는 이날 예산안 심의에 들어갔고 기획재정위는 세출예산안 심의만 마친 상태다. 4대강 예산 세부내역 공개를 두고 마찰을 빚은 국토해양위는 이날도 파행을 면치 못했다. 농림수산식품위는 96개 저수지 개량에 4066억원이 들어가는 '농업용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에 발목이 잡혀 있다.

예산은 일반적으로 '상임위 예비심사→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본회의 의결'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국회는 아직 첫 단추도 제대로 끼우지 못한 셈이다. 법정시한 내에 국회 예결위가 예산 심사조차 착수하지 못한 것은 1990년 지방자치제법 도입을 둘러싼 여야 대치 이후 19년 만이다.

여야는 2일 예산안 공청회를 개최하고 3일 간사회의를 통해 예산심사 일정을 협의할 예정이지만 12월9일 끝나는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 처리는 사실상 무산됐다. 여야가 4대강 사업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임시국회를 소집해도 연내 처리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사상 최악의 예산안 처리 지연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예산안 처리 지연에 따라 서민예산의 집행 차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2010년 1학기부터 시행 예정인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의 정상적 운영이 곤란해지고 청년 일자리(8만2000명),노인 일자리(17만2000명),사회서비스 일자리(14만명) 등 일자리 사업도 예산안 통과 없이 공모 · 근로계약 체결 등 사전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워 취약계층의 생계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지연으로 연초 민간 금융회사를 이용하기 어려운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애를 먹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준혁/민지혜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