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봐도 국내외 경제상황에 대한 국회의 인식이 너무 안일한 것 같다. 두바이 국영기업의 디폴트와 국제 증권금융 시장의 파장,금값 급등으로 대변되는 안전자산으로의 과도한 쏠림현상,일각에서 다시 불거지는 글로벌위기 뒤의 더블딥 우려와 같은 지금의 일들이 여야 정치권에는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가.

내년도 예산안을 받아놓고도 심의처리에는 도무지 성의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국회에 대고 '국회의 본분과 의무'를 다시 되풀이하는 것도 이제는 지겨운 노릇이다. 헌법상 예산안 처리기한인 12월2일을 지키는 것은 이미 물건너갔고 정기국회 회기종료일인 12월9일까지도 난망하다. 특히 4대강 예산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쪽에서는 "아마 크리스마스때까지 가야…"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고 민주당에선 "강행처리한다면 몸싸움도 불사"라는 얘기가 들린다. 이대로라면 고함과 야유,육탄전으로 세모 임시국회의 대미를 장식한 예년의 모습이 또 반복될 수밖에 없다. 법정기한을 쉽게 넘겨버리는 이런 식의 졸속 · 부실,일방 · 불법의 예산심의가 올해 7년째 연속된다는 점을 여야는 알고나 있는가.

법정시한을 못지키더라도 연말의 난장판이나마 피하고 경제살리기에 기여를 하자면 여야는 예산심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 4대강 예산이 쟁점인 국토해양위는 12월1일께 예산결산소위를,3일에는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기는 하다. 늦었지만 이 일정을 지키며 여야간 원만한 절충과 합의를 바란다. 3조5000억원의 4대강 예산 때문에 300조원에 육박하는 전체예산이 휘둘려선 안된다.

급변하는 국제 경제여건을 주의깊게 본다면 여야 모두 조금은 냉정해질 필요도 있다. 세종시 문제만 해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종합적으로 입장을 밝힌 만큼 정부대안을 일단 지켜본 뒤 입장을 표명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치도 변함없는 반대 그대로에다,일각에서는 공당(公黨)의 의원전원이 사퇴결의안까지 들고 나오느라 예산심의는 뒷전으로 밀리니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예산처리 같은 의무에는 한치의 틈도 없게 노력하되 이견있는 현안은 대화로 풀어가는 것이 국회와 정치의 본모습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