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김정일 체제의 공식 출범 이후 현재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식 활동에 수행한 `권부' 핵심 인물들의 변화는 `세대교체'와 `경제통 전진배치'로 요약된다.

통일연구원 통일학술정보센터가 최근 발간한 `1994∼2008 김정일 현지지도 동향'을 토대로 김 위원장을 수행한 횟수가 많은 순서대로 매년 상위 10위까지를 비교, 분석해 보면 이같은 흐름이 뚜렷이 읽혀진다.

김 위원장 체제 출범 첫 해인 1998년에 `수행 톱10'에 오른 인물 중 조명록 군 총정치국 국장, 김국태 당 중앙위 비서, 김하규 전 군 포병사령관, 김용순 전 당 대남비서 등은 작년과 올해 명단에서 사라졌다.

조 총정치국장은 만성신부전증으로 투병중이고 김국태 비서 역시 노환으로 정상적 활동이 어렵다.

김하규는 2006년에 지병으로, 김용순은 2003년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들 대신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김명국 총참모부 작전국장, 박남기 당 중앙위 부장, 리재일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이 `수행 톱10'에 자리를 굳혔다.

여기까지는 의도적 세대교체라기보다 김정일 체제가 10년을 넘기면서 자연스럽게 권력 핵심부 구도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경제통'들의 약진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실제로 1998년 김정일 체제가 출범했을 때만 해도 김 위원장을 빈번히 수행한 인물 중 `경제통'이라 할 만한 경우는 단 1명도 없었다.

그러나 2004년과 2005년 박봉주 내각 총리가 10위, 4위로 두 해 잇따라 10위권 안에 들었고, 2007년부터는 박남기 당 부장이 올해까지 3년째 포진됐다.

박 부장은 북한 노동당의 민수경제 총괄 책임자이나, 계획재정부장이라는 설만 나돌뿐 정확한 조직의 명칭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07년 대규모 공장, 기업소들이 몰려 있는 함경북도의 홍석형 도당 책임비서나, 2008년 군수공장 밀집지대이자 '자립자족'의 모델로 소개되는 평안북도의 박도춘 도당 책임비서가 `톱10' 들어간 것도 경제통 부상의 사례로 봐야 한다.

작년과 올해 두드러진 변화는 역시 후계구도와 맞물려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작년 8월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진 뒤 올해 초 3남 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북한 권부의 숨가쁜 부침이 반영된 결과인 셈이다.

김 위원장이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매제 장성택(노동당 행정부장)의 작년과 올해 수행 횟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대표적 케이스이다.

실제로 장성택은 3남 정은을 후계자로 추천하고 후계구도의 초석을 놓아 가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의 선전선동 책임자인 리재일 제1부부장이 작년과 올해 김 위원장을 자주 따라다닌 것도 후계구도 구축과 연관된 흐름으로 풀이된다.

조한범 통일학술정보센터 소장은 "최근 김 위원장의 공식 활동에 빈번히 수행하고 있는 인물들은 앞으로 후계구도 구축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의 미래 권력구도를 미리 그려보는 의미에서 이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