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불행한 대통령이다. 분배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분배 정부라고 몰매만 맞았던 불행한 대통령이다. 그러다 언론과 대중적 분위기 같은 거 눈치 살피려고 세금이나 깎아주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까지 천착했던 진보주의 연구내용을 담은 '진보의 미래'가 25일 발간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5월까지 인터넷 카페에 남긴 육필원고와 참모진에 구술한 육성기록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자기의 생각과 동떨어진 행동을 하고 다닐 수밖에 없어 참 불쌍한 지위라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달라이 라마 방한 거부,이라크 파병 등을 국가적 이익 앞에서 개인적 소신을 접었던 사례로 꼽았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화두로 '진보주의'를 잡은 데 대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략과 우선순위,방법론에 관한 논쟁이 필요한데 가장 대표적인 것인 성장이냐 분배냐,감세냐 복지냐 이런 것들인데 이는 결국 보수와 진보의 문제"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진보냐 보수냐 하면 사람들이 다 찡그리는데 회피할 방법이 없고 이 고비를 넘어서야 우리 운명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금융위기로 국가경제가 침체에 빠진 데 대해 노 전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파탄나고 세계 경제가 불행에 빠진 결과"라며 "어떤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망쳤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감세 정책에 대해선 "환자가 지금 뭘 먹어도 못살 판에 살을 뺀다고 하고 있다"며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밟은 노선에 대해 "신자유주의 이론의 일부를 따라가면서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샌드위치가 돼버렸다"고 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