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사실상 백지화 방침 확정
내달 중순 발표 수정안에 부처이전 제외

정부는 세종시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는 대신, 기존 행정부처 이전 계획은 전면 백지화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달 중순께 발표될 세종시 수정안에는 현행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에 규정된 행정부처 이전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과 해당 지방자치단체 등이 원안 고수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여 연말 정국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세종시를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은 기존 행정부처이전 계획은 백지화한다는 이야기"라면서 "당초 교육과학기술부 등 일부 부처 이전도 대안 가운데 하나로 검토했으나 현재로선 부처이전은 없다는 게 정부 수정안의 전체적인 방향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원안대로 추진할 경우 행정낭비가 심각하다는 게 여권이 수정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내놓은 핵심 논리"라면서 "만약 몇몇 부처를 이전한다면 그 자체로 모순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행정부처 몇개 내려간다고 해서 세종시에 특별히 도움이 될 게 없고 그보다는 행정의 비효율성이 더 클 것"이라며 "세종시의 자족 기능을 높이려면 콘셉트에 맞는 유수의 교육기관과 연구소, 기업을 더 유치하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당.정.청은 최근 몇차례 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은 사실상 확정했으며 이를 기초로 원안의 `행복도시'를 대체할 다양한 대안 도시 개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특히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행정도시를 따로 두고 있는 외국사례를 검토한 결과, 행정 비효율성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최근 `부처이전 백지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는 후문이다.

현행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은 입법부와 사법부, 청와대 및 일부 부처는 서울에 남고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 9부2처2청을 세종시에 이전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원안대로라면 공무원 1만명, 산하기관과 연구기관 인력까지 포함하면 총 36개 기관, 1만2천명이 세종시로 내려가게 돼 있다.

정부는 내달 중순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고 여론수렴을 거쳐 일부 의견을 반영한 뒤 내년 2월까지는 국회에서 법 개정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행정부처 이전의 전면 백지화를 계획하고 있지만 정치적 논의 과정에서 세종시의 콘셉트에 맞는 교육과학기술부 등 극소수 부처에 대해서는 이전하는 쪽으로 방침을 수정할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