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다른 지역들 타격 불가피"

정부가 23일 논란이 되고 있는 '세종시 수정안'의 전반적인 윤곽을 공개하자 전국 광역 자치단체들은 역차별 가능성을 거듭 제기하면서 우려를 표시했다.

세종시의 자족기능 강화 방안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의 차질없는 추진 등과 같은 지방균형 발전안도 이날 함께 제시됐으나 지자체들은 세종시의 `블랙홀 효과' 등을 거론하면서 다른 지역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종시에 인센티브가 집중되면 타 지역의 기업 유치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는 게 지자체들의 전반적인 분위기이다.

특히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첨단의료복합단지 등의 조성을 추진 중인 지자체들은 세종시 수정안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구시 이진훈 기획관리실장은 "커다란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세종시안을 수정하게 되면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등을 추진 중인 다른 지역에는 불가피하게 심각한 타격을 가져오게 된다"면서 "이런 형태의 세종시안 수정에는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전남 혁신도시에 입주할 한전이 토지매입 부담을 덜어달라고 요청하는 마당에 세종시에 입주하는 기업들에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혁신도시에 입주하는데 주저할 것"이라면서 "혁신도시 조성에 차질이 빚지 않도록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기업유치를 생명으로 하는 기업도시는 세종시와 경쟁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세종시 계획이 본격화되면 그렇지 않아도 투자 위축에 시달리고 있는 무안 기업도시 사업이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가세했다.

그동안 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을 반대해온 경기도도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밑그림에 우려를 표명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세종시의 인센티브가 지나치게 크면 블랙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경기도 내 기업이나 연구기관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기업 등의 유출이 발생해 또 다른 불만 요인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 관계자는 "세종시 정책이 자칫 지역 균형발전이 아닌 지역 역차별을 낳을 수도 있다"면서 "정부는 다른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세종시에 외국인 학교 설립이 허용될 경우 제주영어교육도시 내의 외국인 학교 설립과 기업 유치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걱정했고, 울산시는 세종시 지원에 따른 여타 시.도의 혁신도시 조성 지연을 우려했다.

일부 지자체는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원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원주시 노병일 신도시개발 담당은 "원주 기업도시의 예상 분양가는 3.3㎡당 70만∼80만원대로 세종시의 30만원대에 비해 두 배 가량 비싸진다"면서 "정부는 원주 기업도시에도 상하수도와 진입로 등 기반시설을 갖추는데 국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도 오춘식 투자유치과장은 "세종시에 그 정도 혜택을 준다면 수도권과 가장 먼 경남에 더 큰 혜택을 줘야 한다"면서 "수도권에서 지방에 이전하는 기업이 많을 경우 지방이전 보조금을 받는데 아예 이전기업이 없어 경남과 전남은 거의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상공회의소 민태운 프로젝트팀장은 "정부가 특정 지역이 아닌 국가 전체의 경쟁력 강화를 생각한다면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과 투자유치의 발목을 잡는 각종 수도권 규제로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광주.대구.수원연합뉴스) 류성무 기자 tjd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