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공군기지서 서해직항로 이용 유력

다음달 8일 방북하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국을 경유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어떤 경로를 이용할지 주목된다.

과거 미국 정부의 전.현직 관계자들이 한국을 통해 방북할 경우 주로 사용한 루트는 오산 미 공군기지를 통해 군용기를 이용하는 방안과 판문점을 경유해 승용차편으로 방북하는 2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외교가에서는 전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판문점을 이용할 경우 그 상징성 때문에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춘 이번 북미대화에 자칫 필요 이상의 의미가 부여될 가능성을 미국측이 경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제2차 북핵위기의 시작이었던 제임스 켈리(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의 2002년 10월3∼5일 방북 및 귀환도 판문점이 아닌 오산 기지를 통해 이뤄졌다.

또 2007년 6월21일 당시 북핵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도 오산 공군기지에서 군용기를 타고 평양으로 들어갔다.

당시 힐 차관보는 다음 날 같은 경로로 돌아온 뒤 서울에서 방북 결과를 우리측 당국자들에게 설명하고, 기자회견까지 가진 뒤 귀국했다.

다만 1차 북핵 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1994년 6월15일 북.미간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방북에 앞서 서울에 도착한 뒤 승용차편으로 판문점을 통해 평양을 다녀왔다.

미 정부의 현직 관료로는 지난해 5월과 6월 방북했던 성김 미 국무부 6자회담 특사(당시 한국과장)가 두 차례 모두 판문점을 거쳐 육로로 북한에 다녀왔다.

그러나 당시는 북한으로부터 영변 원자로 가동일지를 넘겨받고, 영변 냉각탑 폭파를 지켜보기 위한 방북으로 이번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과는 분위기가 달랐다는 게 외교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외교소식통은 23일 "서해직항로를 이용할 경우 남북 양측의 비행허가만 있으면 되지만 판문점을 거칠 경우 유엔사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며 "미측 인사들의 방북 시 유엔사 허가가 문제가 된 경우는 없었지만 보즈워스 대표가 이번에 판문점을 통해 방북할 가능성은 상당히 작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