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내달 중순 발표키로 한 가운데 세종시 논란이 혁신도시 예산 등 각 지방의 내년도 예산확보 전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매년 연말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은 한 푼의 예산이라도 자기 지역에 끌어오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였지만 올해는 세종시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역간 예산확보 전쟁이 더욱 격화되는 분위기다.

정부가 대학, 기업, 의료기관, 연구소 등의 세종시 이전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혁신.기업도시, 첨단의료복합단지, R&D특구 등을 유치한 지역에서는 당초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나오면서 돈줄 잡기 경쟁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지역예산 전쟁을 촉발시킬 화약고는 혁신도시다.

참여정부 시절 결정된 157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계획과 맞물려 전국 10곳에 혁신도시가 조성되고 있으나 혁신도시를 유치한 해당 지역은 세종시 수정론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세종시 원안고수에 이어 혁신도시 예산 확보로 전선을 넓혀갈 예정이다.

세종시 수정론이 지방혁신도시 추진 무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로 예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구상이다.

예결위 간사인 이시종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 정부의 혁신도시 지원예산이 참여정부 당시 중기재정운용 계획에 비해 얼마나 감소했는지 아직 분석을 못했다"며 "조만간 분석 작업을 끝낸 뒤 관련예산 증액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남도당위원장인 주승용 의원은 "세종시 원안이 백지화되면 혁신도시로 과연 공공기관이 내려오겠는가"라며 "혁신도시 지원예산을 확보해 차질없이 혁신도시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공세를 `흑색선전'으로 규정하며 혁신도시의 차질없는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원내 고위관계자는 "세종시로 인해 혁신도시가 백지화될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은 흑색선전에 불과하다"며 "혁신도시는 세종시와 상관없이 계획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내에서도 대구.경북, 부산.경남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종시 문제와 연계해 내년도 지역예산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대구지역 한 의원은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첨단의료복합단지, R&D 특구 등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역의 우려가 큰 만큼 우리지역 예결위 소속 의원들에게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을 넣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의원은 "세종시가 어떤 성격의 도시로 확정되든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지역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4대강 사업, 교육.복지 등 들어갈 돈은 많을 텐데 정부가 어떻게 재정부담을 감당하려는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한 의원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지역예산이 덜 편성됐다는 오해가 있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세종시 수정론이 현 정부의 `지방 홀대론'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