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18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에 관해 입장을 밝혔다.

요약하자면, 한.미FTA가 훌륭한 협정이지만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 대통령과 이 문제를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또 한.미FTA의 비준을 위한 협의(deal)가 마무리되길 원한다고 밝히면서 미진한 부분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점이 내년초 또는 내년말쯤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2년전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 체결된 한.미FTA의 내용 가운데 미진한 부분이 있으니 이를 풀고 가야 한다는 것은 것은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의 다수당인 민주당의 일관된 입장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입장을 재차 분명히 강조한 것은 미국의 정치적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으로서는 FTA를 비롯한 무역 이슈에서 표를 잃을 수 있는 행동을 꺼려 하고 있으며, 백악관도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한.미FTA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재차 확인시켜 준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협의가 마무리되기를 원한다"고 말해 한.미FTA의 비준을 위해 좀 더 적극성을 띠겠다는 의중도 내비쳤다.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은 싱가포르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정상회의에 참석을 앞두고 중국을 비롯한 각국 지도자들로부터 미국이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를 털어내고 무역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을 들어야 했다.

특히 오바마는 이 대통령과는 3번째 정상회담이기 때문에 이번 한국 방문에서는 한.미FTA에 관해 종전보다 진전된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4월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첫 만남을 가진 한.미 두나라 정상은 FTA의 진전을 다짐하는 입장을 밝힌데 이어 6월 워싱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도 "양국간 무역관계가 증진될 수 있도록 한.미FTA를 진전시킬 것을 다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정상회담이 이러한 다짐을 재확인하는 수준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3차례나 이어져온 한.미정상회담에서 FTA 문제에 관해 아무런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셈이다.

이러한 실망감은 나아가 교역상대국들 사이에 오바마 행정부의 무역정책에 대한 불신감을 키울 수도 있기 때문에 오바마로서는 좀 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FTA의 미진한 부분을 완전히 마무리하는 시점이 내년초 또는 내년말이 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은 주목된다.

오바마는 한.미FTA가 내년에 비준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아직 미진한 부분을 2010년초에 마무리할 수 있을지, 2010년말에 마무리할 수 있을지가 문제"라고 답했다.

내년초와 내년말로 시기를 언급한 것은 질문자가 FTA 비준 시점을 `내년'이라고 특정해 물은데 대한 답변이기 때문에 오바마가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FTA 비준시기를 내년으로 잡고 있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내년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를 피해 내년초나 내년말에 FTA의 쟁점을 해소하면서 비준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한.미FTA 비준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소가 바로 미국의 정치적 상황임을 재확인시켜주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정치적 요소를 적절히 반영해 FTA 비준을 위한 기회를 포착해낼 수 있다는 점을 오바마 대통령이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