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다음 달 8일 방북하면서 어떤 경로를 활용할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 8월4일 억류돼 있던 미국인 여기자 2명을 데려오기 위해 방북했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전용 비행편으로 미국 본토를 출발, 알래스카 노선을 거쳐 평양에 도착하는 경로를 택했다.

1박2일 일정후 귀국할 때도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그에 앞서 2007년 6월21일 당시 북핵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는 방북때 오산 공군기지에서 군용기를 탔다.

그 때 힐 전 차관보는 다음 날 같은 경로로 돌아온 뒤 서울에서 방북 결과를 우리 외교부 당국자들에게 설명하고, 기자회견까지 가진 뒤 귀국했다.

제2차 북핵위기의 시작이었던 제임스 켈리(당시 미 국무부 차관보)의 2002년 10월3~5일 방북 및 귀환도 힐 전 차관보의 2007년 방북과 같은 경로였다.

제1차 북핵 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1994년 6월15일 북.미간 중재자 역할을 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은 좀 더 극적이었다.

그는 방북에 앞서 서울에 도착, 이홍구 당시 통일원 장관(부총리)과 조찬을 겸한 협의를 한 뒤 승용차편으로 판문점을 거쳐 평양으로 향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사흘 뒤 방북 때와 같은 길로 서울에 온 뒤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직접 방북결과를 브리핑했다.

그 외 올 2월24~28일 방북한 핵군축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 등 민간 인사들은 베이징(北京)을 경유, 평양행 고려항공 편으로 방북했다가 같은 경로로 귀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보즈워스 대표 일행의 방북도 과거 미측 주요인사들의 방북때 처럼 전용기를 활용하거나 아니면 판문점을 통한 육로 방북을 택할 것으로 다수의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다만 방북 전과 후 서울을 거칠지 여부는 외부에서 한미공조의 수위를 평가하는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방북 전 서울에서 사전 협의를 하고, 방북 후 다시 서울에서 결과를 브리핑한 뒤 본국으로 돌아가는 시나리오가 베스트라면, 방북 전과 후 중 한번 서울을 들르는 시나리오는 평균, 서울을 거치지 않고 북한을 다녀가는 것은 `평균 이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 당국이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컨셉'을 거품을 완전히 제거한 `실무협의'로 잡을 경우 한미공조의 수위와 관계없이 지난 8월 클린턴이 그랬듯 경유지 없이(급유를 위한 일시 착륙 제외) 방북했다 돌아갈 수도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