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보낸 대북 메시지는 비핵화를 위한 협상틀로 북한을 끌어내야 한다는 당면 과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6월16일 워싱턴에서 열린 정상회담때 한미 안보공조를 강조했던 두 정상의 의지가 북한 핵실험(5.25)와 잇단 대남 위협 등으로 긴장됐던 당시 정세를 반영했다면 이번에는 북핵 해결을 위한 본격 대화국면으로 가는 문턱에 도달한 현재 정세를 반영한 셈이다.

물론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 초반에 핵우산과 확장억지력을 포함한 공고한 한미 안보태세를 재확인,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맞선 한미 군사동맹에 흔들림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대북 메시지의 핵심은 그 다음에 나왔다.

이 대통령은 6자회담의 유용성과 자신의 `그랜드 바겐' 구상이 지향하는 북핵 일괄타결의 필요성에 양국이 뜻을 같이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이 대통령은 "나는 북한이 이러한 우리 제안을 받아들임으로써 북한의 안전을 확보하고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새로운 미래가 열리기를 기대한다"며 "우리는 북한이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 나가도록 여타 6자회담 참가국과 함께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랜드 바겐'에 대한 `한미 이견설'을 일축한 이 대통령의 발언에서 보듯 이번 회담은 대북 문제에 관한 한 다음 달로 예상되는 본격적인 북미대화와 그 이후 있을 북핵 협상에 앞선 한미간 `전열정비'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 발언 중 "새로운 미래"란 표현이 6자회담 복귀 및 핵폐기 결단을 할 경우 얻을 혜택을 언급한 것이었다면 "6자회담 참가국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을 공언한 대목은 북한이 계속 핵개발에 나설 경우 제재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는게 외교가의 평가다.

이렇듯 두 정상의 대북 메시지가 주로 북핵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남북대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메시지는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북핵문제에 진전이 없는 한 남북관계의 진정한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는 우리 정부의 기조가 여실히 반영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인도적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의 법망에 걸리지 않는 인도적 대북 지원은 상황에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을 뿐 남북협력을 위한 다른 현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비핵.개방 3000'과 `그랜드 바겐' 가동의 전제인 북한의 핵포기 결단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언급하는 것은 북한의 핵폐기 동인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북미대화를 앞두고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 올려야 할 미국의 입장도 감안된 듯 보인다.

미국으로선 다음 달 보즈워스 방북 전 남북간 교류.협력과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이 거론되는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은 남북간 각종 교류.협력 문제에 관한 한 애초부터 크게 기대할 것이 없었던 셈이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 이후로도 12월 보즈워스 방북 등을 계기로 북핵 문제에 뚜렷한 진전이 있기 전까지는 남북이 독자적으로 관계 발전의 동력을 살리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