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8일 오후 7시45분께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에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타고 입국,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한덕수 주미대사 등의 영접을 받았다. 표정은 밝았다. 검정색 외투에 빨간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맨 오바마 대통령은 전통 복장을 한 의장대를 사열한 뒤 군 지휘관들과 잠시 환담을 나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용헬기 '머린 원'을 타고 곧장 서울 숙소로 이동했다. 청와대는 19일 열리는 한 · 미 정상회담의 의전 컨셉트를 '하트 투 하트(heart to heart)'로 잡았다. 마음을 열고 소통한다는 의미다. 감성적 접근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데 초점을 둔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어릴 때 하와이에 살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이 높다는 점도 감안했다.

◆김 여사,요리책자 준비

오바마 대통령에게 줄 선물은 태권도복과 검은띠,명예단증,한국문화 소개 책자 등이다. 이 대통령은 무슨 선물을 할지를 놓고 오랜 시간 고심을 거듭한 끝에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시절이던 2001년부터 4년간 태권도를 배워 4~5급 수준의 실력을 가졌다는 점을 감안해 이같이 결정했다.

김윤옥 여사도 미셸 오바마 여사가 이번에 방한하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전달할 선물을 마련했다. 한식 세계화를 알리는 차원에서 한국요리를 소개하는 영문 책자를 준비했다. 김 여사는 지난달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의 방한 때도 부인 미유키 여사에게 요리책을 선물한 바 있다.

◆두 정상 스킨십에 초점

외교안보라인 관계자는 "공식적인 의전에서 벗어나 두 정상의 개인적 친분,신뢰를 두텁게 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때문에 오찬은 참모들을 많이 참석시키지 않고 회담 배석자들만 들어올 수 있게 해 양국 정상이 오붓한 분위기에서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정상회담은 양측 각 8명씩,총 16명이 배석한다. 오찬장인 상춘재까지 이동할 때도 두 정상이 함께 걸어가며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오찬은 한식 정찬 코스로 잡았다. 특히 비빔밥이 한 · 미 정상회담 식사 메뉴에 처음으로 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좋아하는 불고기와 잡채 김치 물김치도 오른다.

불고기는 한우이며 미국산 쇠고기 바비큐도 준비했다. 캘리포니아산 와인으로 건배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가 잘 풀리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늘과 땅 '특급경호'

양국은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감안,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역대 최고 수준의 경호망을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 인원은 우리 쪽에서만 군과 경찰 등 1만300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방한 때를 능가하는 경호 수준이다. 청와대 경호처는 미국 경호팀과 함께 공동작전을 펼치고 있다. '야수'라는 별명을 가진 오바마 대통령의 방탄 차량인 GM사의 캐딜락과 전용헬기 '머린 원'도 함께 왔다. 보안을 위해 5대의 동종 헬기가 함께 이동한다. 한 · 미 군당국의 정찰위성과 공중조기경보기(AWACS) 등도 경호작전에 투입했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에서 공동선언문을 내놓지 않는 데다 공동 기자회견 때 양국 기자 각 1명씩에게만 질문을 받기로 해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너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