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당 정책위 의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직전에 김 전 대통령 건강에 대해 거짓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통령이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부터 매우 위독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몇차례에 걸쳐 “건강이 회복됐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박 의장은 최근 사석에서 “사실 내가 김 전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해 언론에 건강이 회복됐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전 건강이 다소 회복됐다는 얘기를 언론에 흘렸는데 사실 그 이전부터 회복될 가망이 없다는 게 의료진의 결론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김 전 대통령 입원 당시 여러채널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비관적이라는 얘기를 접했음에도 박 의장의 거듭된 거짓말에 혼란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나중에는 진짜 건강이 회복된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박 의장의 철저한 위장에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이다.

김 전 대통령 측근들은 “‘만일 DJ가 곧 서거한다”는 사실이 언론에 흘러나가면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병원측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기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지역구인 목포 방문일정까지 잡아놓는 치밀함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 의장은 목포에 내려가긴 갔다. 언론이 비행기 탑승여부 등을 일일이 체크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민박 의장은 목포에 갔다가 밤 비행기로 올라오는 등 007작전을 방불했다는 전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밑에서 민주당 대변인을 오래해 언론의 속성을 꿰뚫고 있는 그였기에 언론을 감쪽같이 따돌릴 수 있었다.

박 의장은 김대중 정권 말년에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왕실장으로 통했다. 오래된 측근들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받기 일쑤였다. 심지어는 “대통령을 대신하는 대통령”이라는 성토까지 받았다고 한다. 모두가 상당히 악화됐던 김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와 무관치 않았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전강이 나빠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김 전 대통령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건의를 물리쳤다. 일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실장이던 박 의장은 가급적 정치권 인사들의 김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차단했다는 전언이다.

한 인사는 “박 실장이 김 전 대통령의 건강악화때문에 국무위원과 DJ와 평소 자주 독대를 했던 인사들과의 만남을 차단했다”며 “그로인해 박 실장은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고 전했다. 사정을 잘 모르는 동교동계 측근들 일부 조차 박 의장에게 험한 말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박 의장은 김 전 대통령 재임때와 임종때 두번이나 언론과 김 전 대통령 주변까지 감쪽같이 속였다. 대변인 시절 당 총재로 모셨던 김 전 대통령을 끝까지 책임지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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