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원 28명이 승선한 버진 아일랜드 선적의 화물선이 지난 16일 인도양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사태 전개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선원들이 이처럼 대규모로 해적들에게 피랍된 것이 유례가 없다는 점에서 향후 석방 협상 과정에서 몸값 지불 여부를 놓고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피랍 선원들이 타고 있던 배는 싱가포르에서 운영되는 버진 아일랜드 선적의 화학물질 운반선이라는 점 외에 현재로서는 화학물질의 종류나 운영 주체 등에 대해서도 알려진 것이 전혀 없다.

따라서 소말리아 해적에 의한 피랍 사건이 발생할 경우 선주 측에서 해적들과 접촉, 이르면 2∼3개월 내에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나는 통상적인 과정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협상이 난항에 봉착하면서 북한 선원들이 자칫 장기간 억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앞서 2007년 11월 소말리아 해상에서 납치된 한국 원양어선 마부노1, 2호의 경우 거액의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나기까지 174일이 걸렸으며, 2006년 4월 피랍된 동원호도 117일 만에 풀려났었다.

또 가장 최근인 지난해 10월 피랍된 브라이트 루비호의 경우에는 비교적 단기간인 37일 만에 자유를 찾기도 했다.

북한 선박이 소말리아 해적의 공격에 노출된 사례는 그간 몇 차례 있었지만 피랍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맞은 적은 아직 없다.

지난 9월 중순 소말리아 해상을 지나던 북한 화물선이 해적의 공격을 받았지만 화염병 등으로 저항하며 피랍 위기를 모면했으며, 5월에는 아덴만 해상을 항해하던 북한 상선 다박솔호가 해적선에 쫓기다 국군 청해부대의 문무대왕함에 의해 구조된 바 있다.

특히 2007년 10월에는 선원 43명이 탄 북한 선박 대홍단호가 소말리아 해상에서 피랍됐다가 미국 군함의 도움으로 해적들을 제압하고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한국을 포함,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지난해 말부터 아덴만 해상에 군함을 대거 파견, 초계 활동을 강화하고 나섰음에도 불구, 올해 들어 지금까지 170 차례나 선박 납치를 시도해 35척을 나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적들은 현재도 10여 척의 선박과 200여 명의 선원을 억류한 채 몸값을 요구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해상 기후가 양호해지면서 선박 납치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권정상 특파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