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대화 공백 길어질듯..민간교류 심리적 위축

지난 10일 발생한 서해교전이 남북간 대화와 교류협력의 흐름에도 한파를 몰고 온 양상이다.

정부는 교전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길 원치 않는다는 입장 아래 교류.협력에 인위적 제약을 가하지 않기로 했지만 남북 당국간 신뢰의 기반이 취약한 터라 교전의 여파를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우선 교전 이후 절제된 대응기조를 보이던 북한이 지난 13일 "해상군사분계선을 지키기 위한 무자비한 군사적 조치"를 예고한 것은 당국간 대화재개를 모색하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관련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라앉은 이후 정부는 개성.금강산 관광과 관련된 실무회담 추진을 검토하는 등 대화 흐름을 이어갈 생각이었지만 군사적 충돌로 양측 감정이 상해진 지금 당장 대화를 추진하기 쉽지 않게 된 것이다.

군사 당국간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북한이 지난 13일 서해에는 자신들의 해상군사분계선이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공식 천명한 터라 대화 여지가 많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이런 까닭에 다음 달로 예상되는 북미대화를 계기로 비핵화 문제에 명시적 진전이 이뤄지기 전에는 의미있는 남북 당국간 대화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정부 소식통은 16일 "남이나 북이나 다음 대화를 하기에 앞서 일정한 냉각기를 갖게 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추진 중인 옥수수 1만t 지원건도 `표류위기'에 놓였다.

북한이 옥수수를 받겠다는 뜻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시 고려요소의 하나인 대북 여론마저 교전으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이 수령의사를 밝히지 않는 바람에 지난 4일 옥수수 지원 관련 남북협력기금 집행을 위한 유관 부처 의견수렴 절차를 마무리하고도 기금 의결을 미루고 있었다.

민간의 교류.협력도 지난 3월 북한의 개성공단 통행차단 조치나 4~5월 북한 로켓발사.핵실험 등을 계기로한 우리 정부의 방북 제한 조치 등과 같은 `물리적 차단'이 가해지지 않았으나 `심리적 타격'을 입은 분위기다.

우선 지난달 말 북한산 모래채취가 중단된지 6개월만에 재개됐지만 교전 다음 날인 11일 북한 해주지역에서 활동하던 우리 측 모래채취선이 선사의 자체 판단에 따라 남측으로 귀환했다.

또 11일 평양지역으로 방북할 예정이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남북함께살기운동'이 방북 계획을 연기한 이후 민간단체의 평양 방문도 평소처럼 진행될지 불확실해 보인다.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11월 중.하순에 사업점검차 북한에 가려는 단체들이 많은데 서해교전 이후 정부가 대놓고 방북을 불허하거나 일정 연기를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방북 날짜가 임박하도록 허가를 내주지 않아 해당단체가 스스로 연기한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