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나라 살림을 놓고 여야가 다시 '그들만의 싸움'에 들어갔다. 국회가 약속했던 국민 참여는 초라한 수준이고,헌법상 예산심의 기한도 있으나마나 한 상황이다. 부처별 주먹구구식 증액 요구도 여전하다. '국민참여 無(무),기한無,반성無'라는 '3무 예산'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참여 저조=국회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국민이 참여하는 예산'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예산결산특위는 지난달 말까지 '재정의 건전성 확보와 예산사업의 생산성 제고를 위한' 국민 의견 수렴 계획을 세웠다. 우수 의견 제출자에게는 문화상품권 등 선물도 내걸었다.

하지만 참여실적은 저조했다. 인터넷으로는 6건,우편과 팩스로 4건의 '국민 의견'이 접수됐다. 국립병원 현대화사업이나 국도 우회도로의 예산 낭비를 지적하는 건설적 의견도 있었지만,지역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원성 의견이 다수였다.


예결특위 관계자는 "지난해 시범사업에 이어 처음 시도한 행사라 참여가 저조했다"며 "타당성을 분석해 예산심의 과정에서 의원들이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홍보 부족과 국민 관심 부족으로 국민의 예산 참여는 아직 구호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안 심의 뒷전=헌법에 규정된 예산심의 기한(12월2일)은 올해도 지키기 어려울 전망이다. 상임위 예산심의가 시작된 12일 정세균 대표와 박지원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의원 9명은 일본 민주당과의 교류를 위해 방일했다. 예산국회를 뒤로 하고 일본을 찾는 민주당 의원은 모두 18명이다. 한나라당 의원도 일부 외유 중이다. 전체적으로 30여명이 외유로 국회를 비웠다.

이렇다보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세제개편 논의를 당초 12일에서 19일로 미뤘다. 조세소위 위원장인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소득세 법인세 인하 등 민감한 사안이 많아 회의를 일주일 미루기로 간사 간 협의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민주당은 4대강 사업에 대한 항목별 세부예산 내역이 나올 때까지 국토해양위와 예결특위의 예산심의를 전면 거부키로 한 상태다. 한 여당 의원은 "미디어법 논란 등으로 여야가 정기국회 초입부터 티격태격한 것이 문제"라며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예산을 어떻게 확정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구태는 여전=정부의 예산안 초안에도 빈틈이 많다. 무실적 사업에 관성적으로 증액하거나,중복된 사업에 무작정 예산을 요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행정안전부는 2012년에 이전할 중앙공무원교육원에 테니스장을 개보수하는 등 '교육환경 개선사업'으로 24억원을 요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6년 예산액 전액이 불용되는 등 매년 무실적이 지적됐던 '폐광지역 관광상품 개발'에 올해보다 20억원 증액된 50억원을 편성했다. 의료관광육성사업(42억원)의 의료관광 홍보사업 등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동시에 추진,중복예산이 지적됐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