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초 개성공단에 입주한 섬유기업 55N66닷컴(대표 강창범)은 북한 근로자를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1만9834㎡의 생산시설을 갖춘 이 회사가 북측에 요청한 근로자 수는 2300명.하지만 북측이 지난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보내준 인력은 140명에 그쳤다. 강 대표는 "인력 부족으로 공장가동률이 10%에도 못 미치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며 "당분간 추가인력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이후 통행제한조치 해제,임금협상 타결 등으로 활기를 되찾은 개성공단이 심각한 인력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공단에 들어온 50여개 후발 입주기업들은 북측 근로자를 제대로 받지 못해 공장가동률이 평균 40~50%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2004년부터 단계적으로 들어온 80여개 선발 입주기업들은 공단의 북측 노동력(북측 근로자 3만9933명)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단관리위원회가 지난해 말 준공 후 비워 뒀던 아파트형 공장의 추가 분양공고를 내면서 갈등이 분출되고 있다. 이 공장은 분양면적이 1만2894㎡로 현재 32개 기업이 입주한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아파트형 공장과 비슷한 규모다.

2차 입주기업들은 분양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2차 입주기업의 한 관계자는 "북한 근로자를 위한 합숙소 건립 등에 대한 논의 없이 공장만 추가 분양할 경우 인력난이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후발 입주기업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남북관계 경색에 따른 입주지연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는데,막상 공단이 정상화되니 생산인력이 없어 주문을 눈 뜨고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 상황에서 합숙소 건립방안 등 인력문제 해소책을 강구해야지 추가 분양을 추진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선발 입주기업들도 인력난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최근 설문 조사한 결과 입주기업들이 추가로 요청하고 있는 인력이 2만6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북한총국 측은 "개성 주변에선 더 이상 유휴 인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인력스카우트전이 표면화될 조짐이다. 한 관계자는 "일부 입주기업들이 북한총국 측에 현재 2배 수준의 임금을 주겠다는 뜻을 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입주기업들이 남북협의사항인 임금을 임의로 올릴 수는 없는 일이지만 향후 임금인상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